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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ohyun Choi Aug 23. 2017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빗대어 본 검색서비스의 역사

2017년 8월 23일 수요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네이버 디자인 콜로키움.

오전 오후 세션을 듣고 있자니 20년이 넘어가고 있는 검색서비스의 역사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1998년, 구글

삼성소프트웨어센터 압구정 오피스에서.
"이리로좀 와봐바, 검색 서비스인데 정말 대단하지 않아?"
프로그래머 한 분이 눈이 반짝반짝하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으응???"
허연 화면에 검색창 하나밖에 없는 휑하고 못생겼던...
"이거 뭐라고 읽어요? 구글?"
도대체 뭐가 대단하다는건지...뭐가 천재적이라는건지... 그 때는 몰랐다.


1998년, 네이버

당시 선배의 일을 돕던 경영대 후배의 소개로 삼성 SDS 사내 벤처팀에서 디자이너를 찾는다고 해서 포트폴리오를 들고 찾아갔다. 지금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이 '과장님/선임연구원'일 시절.
"그런데 과장님, 야후도 있고 엠파스도 있고 라이코스도 있는데 이건 왜 만드시는거에요? 뭐가 달라요?"
"아..그게요... 우리 검색은... ^^;;... 이름을 네이버라고 만들었는데... 뜻이... 음... 네비게이터와 이웃과.... 친근한... 그..."
그렇게 네이버의 첫번째 로고와 640*480 해상도의 검색화면을 디자인했다.
구현할 수 있는 컬러도, 해상도도,,,디자이너의 자유도는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하기사 소프트웨어센터에서 디자인을 할 때에도 블랙과 화이트 도트로 모바일 UI를 만들고 있었으니...
개발자분들과 상의를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재미 없었다. 사내벤처였던 서비스가 독립을 하고 서초동에 작은 사무실을 마련해 본격적인 오픈 준비를 하면서 티셔츠에, 프레스킷에 이런저런 홍보물들을 만드느라 분주히 뛰어다녔다. 예산이 많지 않아 웃지못할 일들도 많이 벌어졌다. 그리고 몇 달을 디자인인지 디자인 아닌지 모르겠는 일들을 하다가 도망나왔다. 정말 도망이었다...

1999년, 프리챌 ///
검색서비스라기보다 검색을 포함한 커뮤니티서비스 중심의 포털사이트였는데 이 서비스의 런칭을 준비하다가 눌러앉아버렸다. 10명이 채 안될 때였다. 그렇게 만 3년을 넘게 프리챌에서 오만가지 디자인을 했다. 물질적 비물질적 상처를 심하게 받고 회사는 어려워졌으며, 생계를 위해 나올 수 밖에 없었지만 벤처의 흥망성쇠를 온몸으로 경험했던 귀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당시 최고의 프로그래머, 서비스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들과 일하며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을 접했으며 어린 나이에 큰 팀을 꾸리고 기업의 전략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났다는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경험이었다.


2005년, 첫눈

2002년 9월 퍼셉션을 만들고 나서 대부분의 일들은 포탈사이트 디자인 혹은 모바일 UI, 웹사이트 구축 관련된 일들이었다. 시기적인 트렌드도 있었고, 함께 일하던 친구들의 역량때문에도 그랬다.
2005년, pxd의 소개로 '첫눈'이라는 검색서비스를 함께 준비하게 된다. 당시 검색의 고수들이 모두 모였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네이버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궁금해하며 BI를 만들고 검색 결과에 대한 화면들을 정교하게 설계했다. 해상도도 컬러의 구현도 1998년 네이버때와는 어마어마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다. 몇달을 고민하며 '검색화면 어디까지 디자인해봤니?'할 정도로 만들어냈던 서비스는...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네이버에 팔렸다. 아... 비즈니스의 세계란 정말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제일 많이 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2008년, 야후 거기

아마도 검색/포탈서비스 디자인의 마지막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퍼포먼스가 그리 좋지 않았고, 야후는 점점 힘을 잃어갔다. 그렇게 검색서비스, 포탈사이트의 UI 가졌던 애착과 관심은 서비스의 몰락, 인수합병, 너무 빨리 변화하는 기술 등으로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이 아닌 것 같아...'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너무 빠른 변화, 기술과 일상의 괴리, 어찌 할 수 없는 잦은 휘발 빈도때문에 온라인/디지털 매체보다는 아날로그 접점, 피지컬한 접점들을 디자인하는데에 더 관심이 갔다. 재미있고 뿌듯했다.


2017년 8월 23일 오늘,

네이버 디자인콜로키움에 초청받아 네이버가 하는 일, 앞으로 할 일들에 대해 여러 디자인리더들의 목소리를 통해 듣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하다. 디자이너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훨씬 더 많아졌으며, 작은 화면이 훨씬 더 큰 세상을 담을 수 있게 되었다.

또 하나...

오늘 세션을 듣고 있자니 '디자인' 대신 '설계', '디자이너' 대신 '설계자'라는 표현이 등장했는데, 이러한 변화에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까 생각하니 머리가 또 살짝 무거울락 말락

기분이 많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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