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개가 열리기까지

농부의 굽은 열손가락을 보며

by 키작은 울타리

줄에 꿰인 돌멩이가 위로 뻗으려는 가지를 붙잡고 버틴다.

물 만난 호박벌은 꽃 속에 얼굴을 파묻고

복슬복슬 오동통한 엉덩이를 흔들어댄다.

날마다 꽃술에 만취해 사과밭을 누빈다.


꽃이 지고 가지 곳곳에 무리 지어 열매가 달린다.

큰 열매를 중심으로 빙 둘러 호위병처럼 달린 작은 열매들.


큰 열매 하나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수많은 꽃봉오리들은 꽃을 피우지 못하고

꽃이 피어도 열매를 맺지 못하고

또 작은 열매들은 끝내 사과가 되지 못한다.


농부는 아침저녁으로 하늘에 사과나무를 부탁한다.

사과밭에 크고 단단한 사과가 열린다.

농부의 손길이 수 십 번 스쳐간 사과밭에

주렁주렁 갈퀴처럼 굽은 농부의 손가락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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