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ris Seok Apr 13. 2023

전기차의 배신

전기차 타고 여행하다 겪은 일


2년 전부터 전기차를 탔다. 내 전기차는 테슬라. 주택에 살기 때문에 집 안에 차량 충전기를 따로 설치할 수 있었고, 덕분에 난 자동차 기름을 넣으러 가는 불편함으로부터 해방됐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테슬라는 때때로 나만의 기사 역할을 해주기도 했고, 마치 장난감처럼 이용이 편리했다. 나는 테슬라와 사랑에 빠졌다.


내 테슬라를 빌려타며 전기차의 편리함을 덩달아 알아버린 남편 또한 지난해 연말 전기차를 구입했다. 남편의 차는 테슬라가 아닌 벤츠에서 출시된 전기차였다. 남편의 전기차를 타보니 테슬라와는 다르게 주행 시 편안함이 있었다. 자동차 시트도 푹신했고, 내부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웠다.


그런데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충전이 불편하다는 것.


일상을 살아갈 땐 자동차 충전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거의 없었다. 집에서 충전을 하면 됐으니까. 하지만 여행을 떠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곳곳에 고속 충전이 가능한 '슈퍼 차징 스테이션'(Super Charging Station)이 배치돼 있는 테슬라와 달리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들은 교외 지역일 수록 충전할 곳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충전 시간도 너무 오래 걸렸다. 30분이면 풀충전이 가능한 테슬라와는 크게 비교가 됐다.



그러다 전기차의 배신을 크게 느끼게 된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지난주 LA에서 5시간 떨어진 '빅서'(Big Sur) 지역으로 여행을 가게 됐다. 남편과 내 차 모두 전기차인 관계로 떠나기 전 살짝 고민이 됐다. 장거리 여행 시 충전의 압박이 있으니, 렌트카를 빌리자고 남편이 의견을 냈다. 나는 굳이 차가 있는데 왜 렌트를 하냐며, 고속 충전이 가능하고, 곳곳에 충전소가 있는 테슬라를 타고 여행을 떠나자고 했다. 그러자 남편은 벤츠 전기차가 더 크고 편한 만큼 벤츠 차량을 타고 가자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벤츠 전기차량을 타고 여행을 떠나게됐다.


어린 두 아이가 잠든 새벽 시간. 우린 보쌈하듯 비몽사몽인 두 아들을 차에 태우고 목적지로 떠났다. 3시간쯤 한참을 달리다 아침을 먹을 겸 자동차도 충전을 할 겸 우린 파소 로블스라는 지역에서 멈춰 가기로 했다. 앞으로 목적지까지 딱 2시간만 더 가면 되고, 아이들도 잠을 자며 편하게 왔으니 성공적인 여행이다 싶었다. 우린 만족감을 느끼며 텅 빈 충전소에서 충전기를 꽂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차량이 멈춰버린 것. 엑셀을 밟아도 차가 꼼짝을 하지 않았다. 충전기를 꽂았을 뿐인데, 배터리에 이상이 생겨버렸다.


차의 열기를 빼자며 가족 모두 차 밖으로 나와 5분 정도 대기했다. 이후 다시 차에 타니, 신기하게도 차가 움직였다. 차를 타고 다른 충전소로 이동하는 와중에 자동차 화면에 'malfunction'(오동작, 기능장애)이라는 단어가 떴다. 그 후에는 '배터리가 열을 과도하게 받았으니, 차를 멈추고 밖으로 나가라'(Battery Overheated. Stop! Everyone Get Out! Outdoors if Possible) 메시지까지 떴다.



두 아이를 태우고 남편과 나는 겁에 질렸다. 구매한지 고작 5개월 밖에 안 된 새차에서 이게 무슨 일인지, 억울함과 울분이 올라왔다.


이 차를 타고 여행을 가기를 글렀다고 판단하고, 벤츠 수리점에 전화를 걸어 차를 견인해달라 요청했다. 우리는 인근 렌트카 업체를 찾았다. 그러나 LA에서 3시간이나 떨어진 교외 지역이라 렌트할 차량이 없었다. 남편과 아이 둘은 우리 전기차를 토잉해갈 사람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우버를 타고 또 다른 렌트카 업체를 향했다.


렌트카 업체를 세곳이나 돌아 겨우 차량을 빌렸다. 내가 차를 빌려서 돌아오기도 전에 전기차는 견인돼 갔다. 고로 그 과정에서 남편과 아이 둘은 첫번째 방문했던 렌트카 업체 야외 주차장에서 여행 짐가방, 카시트 등과 함께 나를 기다려야만 했다. 야속하게도 소나기가 내렸고, 아이들과 남편은 거지꼴이 됐다. 봄방학을 맞아 즐겁게 여행을 가던 중이었는데, 상상도 못할 일이 일어났다.


우리 가족은 렌트 차량에 탑승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재빨리 근처 맥도날드를 향했다. 하루 종일 쫄쫄 굶어 너무도 배가 고팠다. 맥너겟, 햄버거, 감자튀김을 먹으며, 남편과 나는 전기차가 우리를 배신했다며 운수가 제대로 좋은 그날 하루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기차의 배신...앞으로 전기차를 어찌 믿고 타야 할까.

작가의 이전글 10년만 더 일찍 태어났더라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