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올해 마지막 출근

by Iris Seok


올해 마지막 출근날.

6:30AM에 울리는 알람 소리가 여전히 버겁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가뿐했다. 오늘만 회사에 가면 연말 휴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도 나도, 남편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오늘 오후부터면 시작되는 것이다.


두 아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어느덧 초1, 초3이 되었다. 이쯤되면 더이상 '아가'라고 부르기엔 애매할만큼 성장해버렸다. 물리적 노동력은 확실히 과거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육아가 힘들게 여겨지는건 이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주기 시작해서다. 자기 고집이 생기고, 숙제 하기 싫다고 땡깡을 부리고, 예의없는 말을 꺼낼 때 등등 아이들이 나를 화나게 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아이들을 훈육하면서 나의 또다른 모습을 보는 건 굉장히 불편한 지점이다. 내가 이 정도까지 화를 못 참는 인간이었나,를 자문하는 날이 잦다. 챗GPT와 상담을 해보니, 화가 날 때는 더 이상 대화하기를 멈추고 방에 들어가서 잠시 아이와 떨어져있으란다. 좋은 조언이라 생각한다. 더 말해봐야 입만 아프지. 잠시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가져야 아이에게 '나쁜 엄마'가 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아이 키우랴, 일하랴 눈코 뜰새없이 바쁜 2025년이었다. 워킹맘으로 산지도 어느덧 만 8년. 2년만 더 채우면 10년이 된다. 언제까지 워킹맘으로 살 거냐고 누군가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 대답으로 "죽을 때까지"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상대방은 그런 대답은 살면서 처음 들어본다고, 누구나 빠른 은퇴를 꿈꾸는 이 시대에 대체 무슨 그런 답변이 다 있냐며 웃었다. 그런데 그건 정말 진심이었다. 난 죽을 때까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싶다. 이순재 배우님처럼. 그게 내가 추구하는 삶의 참된 가치여서 그런 꿈을 꾸게 된다.



단, 여기서 중요한건 9 to 6로 살아가는 직장인으로 '워킹맘'의 삶을 이어나가고 싶은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회사를 다니며 느낄 수 있는 자아실현은 분명 한계가 있다. 조직의 속도와 방향이 내가 추구하는 것과 다를 때가 많고, 내가 자동차의 핸들을 잡는게 아닌 타인이 모는 자동차에 올라탄 느낌이므로 수동적인 삶을 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워킹맘으로 살되 내가 조금 더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방향이면 좋겠다. 그건 내 사업을 해야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동시에 직장이 주는 안정감과 안락함으로부터 안녕을 고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직장인으로서 늘 이런 저런 아쉬움과 만족감을 왔다 갔다 했던 2025년. 감사하게도 우리 사무실에는 연말 보너스 휴가라는 제도가 있다. 직원들 모두 평소의 강도높은 근무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건 연말 휴가 덕택이 아닌가 싶다. 보좌관이라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퇴근 후, 주말에도 행사에 가서 일을 해야할 때가 많은데 이때 추가 근무수당은 없다. 하지만 연말에 보너스 휴가가 주어지니 결국은 정당한 보상을 받는 셈이다.



새해에 해야할 일들을 정리하며, 사무실에서의 올해 마지막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면 2026년.

새로운 한 해, 웃음으로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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