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살이 안 빠진다...

by Iris Seok


365일째, 다이어트 중.

그게 내 이야기가 될 줄이야...


30대 중반에서 후반을 향하는 이 시점, 나는 고3 때의 무게로 N년째 살아가는 중이다.

내게 고3 때라 하면 인생에서 임신 기간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무게가 나갔던 시기를 일컫는다. 그런데 아이 둘 출산을 하고 나니, 내 몸이 그 시절의 몸으로 마치 영원히 셋팅되어 버린 듯 하다.


구차하지만서도 변명을 해보자면, 미국에서 살면서 도저히 제대로 된 다이어트를 못하겠다. 미국에서 애 둘을 키우는 워킹맘으로 살면서 다이어트가 과연 가능한가 싶다.


내가 살면서 다이어트에 제대로 성공해본 경험은 결혼 직전인 스물 다섯살 때다. 결혼을 두 달 남겨두고 드레스 피팅을 갔는데 똥배가 너무 고스란히 드레스 위로 드러나는 거다. 충격을 제대로 받고 이대로 결혼식을 치룰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집 앞 상가에 PT 레슨을 끊었다. 그때까지 꾸준히 필라테스를 다니긴 했지만 내 몸은 필라테스와 같은 '예쁜' 운동으로는 빠질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매일 필라테스를 다녀도 내 몸무게는 고정값(58kg, 키 169cm)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진짜 살을 빼보겠다는 일념으로 PT레슨을 시작했고, PT레슨은 가히 효과가 좋았다. 런지, 데드리프트, 플랭크 등 고강도 운동을 하니, 필라테스나 요가를 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토할 것 같은' 쏠림 증상이 나타났다. 운동 후에는 당연히 식욕도 감퇴했다. 얼마나 힘들게 무게를 들고 운동을 했는데, 라면이나 치킨을 먹나? 이런 마음가짐이 장착이 됐다. 힘든 운동을 하니 그간 지키지 못했던 식단을 고수하는 게 더 쉬워졌다.


식단과 PT를 두 달 동안 꾸준히 했더니 보란듯이 몸무게가 빠졌다. 결혼 전날 52kg까지 무게가 내려갔고, 무게는 둘째 치고 눈바디를 하며 바라보는 내 체형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11자 복근이 스리슬쩍 보였다. 내 인생에서 복근을 보다니...


하... 그게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의 일이다.


어떻게 뺀 살인데, 당연히 결혼 후에도 그 무게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었다. PT레슨까지는 받지 않았지만, 매일 런닝머신을 하며 53kg 언저리의 무게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임신을 하기 전까지는. 결혼 후 4개월만에 덜컥 계획에도 없던 임신을 해버렸고, 그 이후에는 당연히 마른 몸을 가질 수 없었다.


따지고보니 내 인생에서 진짜 마음에 드는 무게로 살아본건 불과 반년 안팎이다. 글로 써놓고 보니 현타가 온다. 한 번 뿐인 인생인데 마음에 들지 않는 몸무게로 사는 날이 왜 주가 되어야 할까?


어떻게든 살을 빼보겠다고 매일 런닝머신 위에 올라 보지만 사실 알고있다. 결혼 준비를 할 때처럼 PT를 받고, 식단을 하지 않는 이상 런닝머신 달리기는 그저 나의 만족을 위한 운동일 뿐이라는 걸. 올해 초 하프 마라톤을 했고, 마라톤을 준비하다 보면 살이 빠지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내 연습량 부족인지 마라톤은 다이어트에 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한국에 갔을 때 위고비를 맞고 살을 뺀 친구를 두 세명 봤다. 위고비와 함께라면 소싯적 몸무게를 되찾을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상상이 잠시 떠올랐으나, 췌장염 등 부작용이 겁나서 차마 병원에 가보진 못했다. 그리고 아직은 왠지 내가 노력만 하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거란 믿음이 있다. 일과 육아로부터 벗어나 딱 3개월의 자유시간만 준다면 왠지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말이다!


언젠가 아이들이 대학을 가고 내게 시간의 자유가 주어진다면, 매일매일 내 몸에만 집중해보고 싶다. 아침 저녁으로 운동하고, 몸에 건강한 것을 챙겨먹고, 여유롭게 다이어트를 해보고 싶다.


언젠가 그럴 날이 오긴 오겠지, 라고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