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게 해줬던 공간이 사라졌다

by Iris Seok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가 불현듯 책 뒷표지에 붙어있는 가격표를 발견했다. 알라딘 서점이라고 쓰여있었다.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알라딘 서점에서 구입한 책이었다.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 알라딘 서점이 더이상 LA에 없다는 사실이 상기돼 씁쓸한 감정이 올라왔다.


LA 한인타운 마당몰에 위치했던 알라딘 서점은 30대 미국에서의 녹록지 않았던 삶을 위로해줬던 힐링 장소였다. 첫 직장이었던 신문사 건물의 건너편에 알라딘 서점이 있었고, 점심시간 약속이 없을 때면 주로 서점에 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서점에 들어가는 순간, 마치 한국에 도착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사방에 한국책들이 가득했다. 책 고유의 향기가 은은하게 풍겼다. 알라딘 서점에는 헌책 뿐만 아니라 새책도 많았다. 미국에 살면서 보지 못했던 한국책 신간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방문했다 하면 꼭 한 권, 두 권은 구입하게 됐다.


팬데믹 시절에는 알라딘 서점의 존재가 더욱 귀했다. 사람이 많은 곳은 갈 수 없던 이 시절에도, 알라딘 서점은 문을 열었다. 일을 하지 않는 금요일이면 아무 일정이 없음에도 집을 나섰다. 매일 매일 집에 갇혀 지냈기 때문에 이날만큼은 자유시간을 만끽하고 싶었다. 갈 곳은 딱히 없었고, 그럴 때면 알라딘 서점을 향했다. 당시 서점에서 사온 소설책, 만화책을 읽으며 무료한 나날들을 버틸 수 있었다.


아이들이 어느덧 책을 읽을 수 있는 초등학생이 된 후에도 알라딘 서점의 존재는 귀했다. 일요일 등산 후 한인타운 명동교자나 BCD 순두부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커피 한 잔을 사드고 꼭 알라딘 서점을 들리곤 했다. 아이들 책은 대부분 중고책이라 가격도 완전 저렴했다. 2달러의 행복이라고 해야할까. 저렴한 가격 덕분에 2-3권씩 아이들이 고른 책을 사주면 아이들은 그렇게나 좋아했다. 아이도 나도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공간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알리던 서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들도 생각 이상으로 슬픈 기색을 보였다. 서점이 운영되는 마지막 날이던 1월31일까지도 우린 함께 서점에 들려서 책을 구입했다.


그렇게 소중한 추억의 장소가 사라졌다.


요즘에는 가끔씩 아이들과 반스앤노블에 들려 책을 구입한다. 한국에 방문하지 않는 한 아이들에게 한국어로 된 책을 사주는 일은 거의 없다.


책 가격표에 써있던 알라딘 서점이라는 글씨를 검지로 문질러본다.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라고 다시 한 번 더 마음으로 굿바이 인사를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