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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윤 Nov 28. 2018

저는 카페를 합니다!

자기소개 하기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저는 카페를 합니다!”라고 말하고 멈칫한다.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 하나? 무엇을 말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이 되려나?


대학을 다니고 회사를 다닐 때는 자기소개가 쉬웠다. 공대를 나와 반도체 회사를 다니는 여자는 그 자체로도 살짝 신기하고 특별한 인상을 주는 모양이었다.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겐 대학 때 밴드를 했다거나 실은 작가가 꿈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것만으로도 이야깃거리는 충분했고 알코올과 함께 하는 밤은 어차피 짧았다. 한국 사람들이 잘 모르는 우리 회사를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미국계 반도체 회사’라고 설명하는 일 정도가 기껏해야 대기업 다니는 친구보다 좀 더 귀찮은 부분일 뿐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일 년 정도 백수 생활을 했다. 재미로 집 근처 경리단의 핫한 한국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근데, 손님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묘했다.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보다 거기서 친구들과 쓰는 돈이 더 많은데도, 아르바이트생은 아르바이트생일 뿐이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어느새 나는 스스로를 변명하고 있었다. 아,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놀고 있는데요, 그 전에는 어떤 회사를 다녔냐면요, 아 그리고 사실 낮에는 글을 좀 쓰고 있답니다...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냥 ‘김소윤’은 없다는 걸. 나의 소속과 벌이가 나였고, 중요한 건 나도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는 거다. 남들보다 조금 더 나은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로 나를 설명해야만 안심이 되는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의 기준이 생겼다. 나를 나로 봐주는 사람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 사람들은 아주 가끔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쓰는 것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 점차 깨달았다. 부산에 내려와서 카페를 하면서는 술을 끊었더니 돈을 쓰고 술을 마시면서 어울리던 친구들이 하나 둘 주변에서 멀어져 갔다. 결국 곁에 남은 사람들은 몇 되지 않지만, 아쉽지 않다.

 

요즘 몇몇 모임에 나가면서 자기소개를 할 일이 가끔 생겼다. 우선 자기소개가 편해졌다. 언뜻 20대로 보이는 덕에 카페에서 일한다고 하면 아르바이트생인 줄 알지만 뭐, 딱히 상관도 없어졌다. 네, 커피 내리는 일을 하는 건 같으니까요. 매번 카페를 운영하고, 글을 잘 쓰고 싶습니다, 정도로 내 소개를 했다. 누군가 내가 그린 만화에 대해 이야기하면 에이, 그림은 그다지 잘 그리지 못해서, 허허, 웃고 만족했다. 그게 지금의 나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할 말이 남아있지 않다. 현재 내가 돈을 버는 일, 집중하고 있는 일, 잘하고 싶은 일, 그리고 좋아하는 일들을 소개하니까 그게 내가 되었다. 대화 도중 문득 아, 저도 공대 나왔어요, 하면 사람들이 신기해 하지만 그건 뭐랄까 너무나도 과거의 나를 끄집어낸 것 같아 이내 민망해졌다. 더 이상 공대생이었고 반도체 회사를 다니던 김소윤은 지나간 20대의 일부분일 뿐이었다.


저는 카페를 합니다, 어느덧 2년 정도 되었습니다. 간혹 짧은 생각들을 적어 내려 가곤 합니다. 지금부터 제가 2년 동안 카페를 하면서 생각했던 것들, 겪었던 일들을 적어보려 합니다.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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