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밤에 남편이 몸이 좀 이상하다고 해서 자가진단키트를 했는데 한 줄, 자정이 넘은 시간에 한 번 더 목에다 한 결과 두 줄이 나왔다. 목요일에 신속항원검사 결과 남편은 양성, 딸과 아이는 음성이었다. 그러다 금요일 딸아이마저 양성 판정을 받았다.
오늘, 남편은 격리기간이 끝나서 출근을 했고, 딸아이는 내일까지 격리 기간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까지,, 살아남았다. 오예~
그래서 정리해보았다. 내가 두 확진자들 사이에서도 코로나 안 걸리고 살아남은 비결. 뚜둥~
일단 짚고 넘어가야 할 건, 남편이 코로나에 걸린 건 양성 판정을 받기 4일 전으로 추정되는데, 그 무렵 나는 제주도에 있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 코로나 잠복기에는 집에 없었다. 그렇지만 남편이 양성 판정을 받기 전날 저녁에 둘이 같이 식사를 했고, 딸아이 양성 판정을 받는 날 학교까지 데려다주었다. 또 여행 갔다 온 날이라 딸아이랑 안고 물고 빨고 했으니, 걸릴 거였으면 진작에 걸렸을 거다.
오늘 이후에 내가 코로나에 걸리면 이 글을 내려야 할지도 모르지만, 일주일간 식구들 코로나 수발들으며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나만의 노하우를 정리하려고 한다.
첫째, 환기를 잘 시켰다.
나는 평소에도 환기를 잘 시킨다. 남들 미세먼지 수치 올라가서 안 여는 날조차 나는 늘 창문 여는 걸 좋아한다. 코로나로 남편은 안방에, 딸은 딸아이 방에서 생활했는데, 잠자는 시간 제외하고 늘 창문을 조금씩 열어놓았다. 내가 생활하는 거실 창문도 수시로 열어놓았다.
둘째, 의약품의 힘을 빌렸다.
인후통에 좋다는 베타딘을 하루 세 번 목에 뿌렸다. 약사님이 이 약은 코로나 예방약으로도 좋다고 해서 우리 가족들이 확진자가 되기 전부터 수시로 뿌리고 있었다. 더불어, 비타민C도 꼬박꼬박 먹었다. 또하나, 나는 아침마다 양치질할 때 가글을 하는데, 헥사메딘 같은 의약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셋째, 지구에는 미안하지만 일회용품을 사용했다.
집에 식세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가족들이 사용한 식기를 늘 삶을 자신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사용했다. 환경에 둔감한 편은 아닌데, 나도 살아남아야 해서 종이접시와 종이컵, 종이밥그릇에 식구들 밥을 차렸다. 또 남편이 있는 방이나 딸아이가 있는 방에 갈 때면 일회용 장갑을 끼었다.
넷째, 마스크를 잘 끼고 생활했다.
딸아이가 아프다고 마스크를 안 끼어서 딸아이 방에 들어갈 때는 마스크를 두 개 끼었고, 밤에 내 방에서 잘 때도 마스크를 끼고 잤다. 다만, 내 방에서 작업할 때는 방문을 닫고, 창문은 열고 마스크를 뺐다. 잠시나마 좀 살 것 같았다. 생각날 때면 방문 손잡이와 창문 손잡이, 전등 스위치를 소독 스프레이로 뿌리고 닦아주었다.
다섯째, 이게 제일 중요한데,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코로나가 워낙 전파력이 강하다 보니 주위에서는 나보고 아예 마스크를 벗고 생활해서 한꺼번에 걸리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나까지 걸리면 안 될 것 같아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했는데도 걸리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코로나에 걸린 두 식구들 삼시 세 끼 해주는 것도 힘들었지만, 요구사항들이 있어서 일일이 들어주느라 몸과 마음이 피곤했는데, 그럴 때면 집에서 차로 5분 정도 걸리는 북한산에 다녀왔다. 가족이 확진되다 보니 카페라든가 운동 시설 등 폐쇄적인 공간에 다니는 건 생각도 못할 일이라, 집안에서만 생활해서 없었던 변비까지 생겼는데, 북한산 다니면서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좀 회복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