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그이는 잔에 커피를 담았지
그이는 커피잔에 우유를 넣었지
그이는 우유 탄 커피에 설탕을 탔지
그이는 작은 숟가락으로 커피를 저었지
그이는 커피를 마셨지
그리고 잔을 내려놓았지
내겐 아무 말 없이
그이는 담배에 불을 붙였지
그이는 연기로 동그라미를 만들었지
그이는 재떨이에 재를 털었지
내겐 아무 말 없이
그이는 나를 보지도 않고 일어났지
그이는 머리에 모자를 썼지
그이는 비옷을 입었지
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이는 빗속으로 떠나버렸지
말 한마디 없이 나는 보지도 않고
그래서 나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울어 버렸지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evert 1900 ~ 1977)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샹송 ‘고엽’은 프레베르의 시에 코즈마가 곡을 붙인 것이고, 영화 <천국의 아이들>, <밤의 문>은 그가 시나리오를 쓴 대표적인 영화이다. 1946년 그의 시를 모은 『말 Paroles』이라는 시집이 출판되었는데 이 시집은 그 후 10년 동안 500여 판 56만 부가 팔려 프랑스 시집 출판사상 신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그의 시는 본국인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각계각층의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