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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파울 첼란

시 읽기

by 박둥둥


돌.

내가 따라갔던 공중의 돌.

돌처럼 멀어 버린 너의 눈.

우리는

손이었다,

어둠을 남김없이 퍼냈다, 찾았다

여름을 타고 올라온 단어.

꽃.

꽃 - 맹인의 단어.

너의 눈과 나의 눈이

물을

마련한다.

성장(成長).

마음의 벽이 한 꺼풀 한 꺼풀

떨어져 내린다.

이런 단어 하나 더, 그러면 종추(鐘錘)들이

트인 곳에서 흔들린다.


-

"나는 내 존재와 무관한 시는 단 한 줄도 쓰지 않았다."

파울 첼란(Paul Celan,1921-1970)은 루마니아의 체르노비츠에서 독일어를 쓰는 유대인 부모의 아들로 태어난다. 그의 나이 21세 때,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체르노비츠는 게토로 확정된다. 독일군이 도시를 점령한 후 유대인들은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고, 첼란의 가족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강제 노역을 하던 그는 부모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 또한 가스실 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살아남지만, 이후 끔찍한 기억에 고통스러워하며, 삶을 이어 간다

종전 후 그는 루마니아의 수도 브쿠레슈티에서 번역 및 출간 일을 하다가 빈으로 건너가 1948년 첫 시집을 발표한다. 그해 파리에 정착하여 1970년 센강에 몸을 던져 자살하기까지 모두 7권의 독일어 시집을 남겼다. 부레덴 시 문학상과 베오르크 뷔히너 상을 수상했다.

괴테, 횔덜린, 릴케를 잇는 독문학 최고의 시인 중 한 명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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