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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 백석

시 읽기

by 박둥둥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똑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운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늬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꼬 들려오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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