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선물 / 아폴리네르

시 읽기

by 박둥둥

당신이 만일 원하신다면

나 당신께 드리겠어요.

아침, 더없이 활기찬 나의 아침을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는

반짝이는 나의 머리카락과

금빛 도는 푸른 나의 눈을

당신이 만일 원하신다면

당신께 드리겠어요.

따사로운 햇살 비추이는 아침에

들려오는 모든 소리와

가까이 분수에서 들리는

청량한 물소리를

그리고 마침내 찾아들 저녁노을을

내 쓸쓸한 마음의 눈물인 저녁노을을

또 조그만 내 손

그리고 당신의 마음 가까이

있어야만 될

나의 마음을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1880-1918)는 현대시의 선구자로 불리는 시인이다. 191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났다. 모나코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인생의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보냈으며, 제1차 세계 대전 종전을 3일 앞두고 38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앙드레 살몽, 막스 자콥 등 문인들과 문예지를 펴내기도 하고 화가 브라크, 피카소, 블라맹크 등 소위 당시 화단의 전위파들과 친교를 맺어 예술 운동을 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전위파 예술 운동에는 언제나 선두에 서서 활약했는데 입체주의, 미래파, 흑인 예술, 환상파, 그리고 초현실주의 등 새로운 유파나 이즘이 나올 때마다 그는 선구자이며 또 그 운동의 강력한 이론가이기도 했다. ‘초현실주의’라는 낱말도 그가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폴리네르는 두 개의 중요한 시집을 남겼는데 하나는 『알코올Alcools, 1913』이고, 다른 하나는 죽기 전에 끝낸 『칼리그람Calligrammes, 1917』이다.

시집 『알코올』은 시로 표현한 그의 삶의 진수들이다. “알코올(Alcools)”은 시인의 타는듯한 고통스러운 삶의 순간들을 가리킨다고 한다. 경쾌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새로운 경향의 그의 시들은 제1차 세계 대전을 전후한 음울한 유럽 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그는 이 시집에 있는 모든 시에서 일체의 구둣점을 빼버려 시구의 리듬을 완전히 유동화시키고 있다. 이후 많은 현대 시인들이 구둣점 없는 시를 쓰고 있다.

아폴리네르의 마지막 시집인 『칼리그람』에서 그는 새로운 형태의 시를 모색하고 있다. ‘칼리그람Calligramme’은 ‘그림 모양의 글쓰기’ 혹은 ‘상형시’ 또는 ‘시-그림’이라 호칭할 수 있는데, 이 용어는 아뽈리네르 자신이 만들어낸 말이다. ‘칼리Calli’는 ‘아름다운’을 뜻하는 그리스어 ‘kallos’에서 차용했고 ‘그람gramme’은 ‘문자’를 뜻하는 그리스어 ‘gramma’에서 빌려왔다. 아뽈리네르는 "말을 무기로 삼는 예술, 곧 문학이 회화나 조각처럼 시작과 중간과 끝이 없이 '동시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을 평생 동안 한탄하며 다른 종류의 언어를 창조하려고 했다. 그가 개발한 시의 모험적 형식 가운데 가장 유명한 '상형시'는 개념상으로 볼 때, 근대 시가 사용하기 시작한 시간의 선조성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의 단편화와 재구성의 기술을 곧바로 회화적 평면에서 실천하려는 방책이다."(황현산, '사소한 부탁' 276)

그는 언어 예술인 시와 시각 예술인 회화의 장점을 융합시켜 독특하고 종합적인 예술을 창출하고자 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금 / 김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