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한청훤 저,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3연임을 확정했다. 이로서 명실상부 중국은 ‘시진핑 1인 지도체제’로 굳어졌다.
국내·외 언론을 살펴보면 ‘시진핑의 중국’을 기대하기 보다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대만을 향해 군사적 행동 옵션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중국-대만 양안관계의 긴장은 한층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젊은 층의 이른바 ‘혐중’ 정서는 적신호가 켜졌다. 마침 올해는 한중국교정상화 30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이고, 양국은 국교정상화 이후 밀월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볼 때, 젊은 층에 만연한 혐중정서는 무척 이례적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혐중 정서가 차츰 수면 위로 떠오르던 시기는 시진핑 집권기과 겹친다.
왜 시진핑 주석의 등장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가 걱정을 금치 못할까? 왜 한국의 젊은이들은 중국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볼까?
지난 8월 나온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은 이 같은 물음에 답을 주는 책이다. 한청훤 저자의 경력은 무척 이채롭다. 저자 소개엔 “학창 시절부터 중국의 역사, 문화에 빠져 살았고 대학시절엔 중어중문학을 전공했으며 중국 유학을 거쳐 중국에서 첫 직장생활을 했다”고 적혀 있다.
더 눈에 따는 건 “15년 가까이 주로 전기차, 디스플레이, 반도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중국인인 지금의 아내를 만나 백년가약을 맺었다”는 대목. 이쯤되면 요새 유행하는 말로 ‘중국 덕후’라 할만하다.
실제 책 본문엔 중국에 빠져 살았고, 중국 기업과 협업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저자의 현장 감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저자는 산업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그와 정비례해 자동차 스마트폰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품목에서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잠깐 2016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 중국은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한류콘텐츠를 제제하는 ‘한한령’을 취했다. 또 중국에선 한국산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한국 대표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 기아는 이 사태로 중국 시장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좋을만큼 타격을 받았다.
이 대목에서 눈여겨 봐야할 지점이 있다. 바로 전기차다. 이 지점은 한청훤 저자의 통찰력이 빛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대 기아차가 중국에서 시장을 잃어가는 동안 중국 로컬 자동차 회사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로컬 자동차 회사들의 약진은 눈부시다. 2020년 기준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로컬 업체 점유율은 70%를 넘어서며 판매순위 상위 10개 차종 중 테슬라 모델3와 BMW 전기차 한 차종을 제외하고 모두 중국 로컬 브랜드 차종이 차지했다.” - 본문 44쪽
비단 자동차에서만 고전하는 게 아니다. 디스플레이, 스마트 폰 등 우리의 핵심산업도 중국 로컬 브랜드에 밀리는 실정이다.
중국 굴기가 반갑지 만은 않은 이유
이제 정치로 눈을 돌려보자. 시진핑 주석은 미국 등 서방과 날을 세우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른바 ‘도광양회’란 전제 하에 원만한 대외관계를 유지해오던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등 직전 중국 최고 지도부와는 결을 달리하는 대목이다. 물론 앞선 지도부 역시 티벳 등 소수민족을 가혹하게 탄압했지만, 최소한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는 체라도 했다.
반면 시진핑 주석의 중국은 달랐다. 국제사회의 우려와 질타에서 아랑곳없이 홍콩·신장·위그루에 인권탄압을 자행했고, 이에 대해 누구라도 문제를 제기하면 여러 형태의 보복으로 답했다. 시 주석은 장기집권 가도로 접어들면서 대만에 대한 무력통일 가능성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중국이 대외관계에 자신감을 갖는 건 물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서의 자부심일 것이다. 게다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미국이 휘청거리면서 중국의 존재감은 더 커졌다.
여기에 중국 최고지도자 시진핑 주석의 개인적 성향은 ‘대국굴기’의 화룡점정이다. 시진핑은 개혁개방의 수혜를 누린 세대이면서 동시에 마오저뚱 시대를 긍정하는, 사뭇 상반된 성향을 가졌다.
한편 그는 최고 권력자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보시라이와 암투를 거쳐 끝내 최고권력을 차지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집권 이후 자신의 일인통치 기반을 다져 나갔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저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보자.
“그는(시진핑) 젊은 시절부터 최고 권력자가 되기 전까지, 자신이 거쳐온 각각 다른 시기들과 여러 환경들의 영향을 받아가며 자신만의 정치적 이상을 형성하고 다듬어 왔다. (중략) 권력이 강화될수록 시진핑은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구체화시키게 된다. 그리고 이는 대내적으로는 과거회귀적 국가 통제 강화로 표출되었고, 대외적으로는 차이나 쇼크의 형태로 발현되었다. 국제뉴스의 중국 관련 보도에 ‘마찰’이란 단어가 익숙하게 등장했던 시기가 바로 이때부터였다.” - 본문 154~155쪽
결국 중국 대내외적인 상황과 최고 지도자 시진핑의 성향을 결합해 보면 중국의 움직임에 세계가 걱정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더구나 중국과 가깝고, 대중국 산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앞으로 대해야 할 ‘시진핑의 중국’은 더욱 까다로울 수밖엔 없다. 여기에 정말 중국-대만 양안간 긴장이 무력충돌로 번질 경우 우리나라가 빨려 들어갈 위험성은 너무 높다.
여러 언론에서 시진핑 장기집권 가도를 우려하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들 보도들은 거의 예외 없이 ‘중국을 더 잘 알아야 한다’는 결론으로 끝맺는다. 그럼 지금의 중국을 더 잘 알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이 책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을 읽기를 추천한다.
끝으로 과장처럼 들리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대장정 일정과 함께 하며 중국 공산당의 속살을 세상에 알린 에드거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