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그런 것

by 아이언파파

지난 토요일, 파주 <독수리 식당> 탐방 후 그곳에서 차량으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방문하였다. (지금도 어리지만) 아이가 어릴 때인 2020년 이후 오랜만이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기차도 그대로이고, 평화누리공원 바람개비들과 조각상도 여전했다.

짧지만 매서운 한파가 자주 몰아쳤던 이번 겨울이었다. 때마침 한파는 물러가고 봄 날씨에 가까울 정도로 따뜻한 기온이었다. 드넓고 탁 트인 평화누리공원 평상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이가 말했다.

"엄마 아빠, 나 좀 달리고 와도 돼?"

어리둥절했다. '무슨 일이지?'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으니 마음껏 뛰고 오라고 하였다.

평화누리공원 언덕 꼭대기에서 둘레길을 신나게 달리기 시작했다. 50미터 정도 뛰다가 걷겠지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비록 느릴지언정 끝까지 걷지 않고 뛰었다.

5분 정도 쉬더니 다시 하는 말,

"나 또 뛰고 와도 돼?"

웃음이 나왔다. 기특하면서 신기하기도 했다. '무슨 바람이 들었길래?'

그렇게 언덕 둘레길을 뛰다 돌아오길 반복하더니 5바퀴를 달렸다. 마지막에는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여 내가 가지고 있던 GPS 손목시계를 아이에게 채워 측정했다. 한 바퀴 약 600미터. 약 2.5~3km를 쉬엄쉬엄 뛰었다. 아이는 계속 또 하고 싶다고 난리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근육과 뼈가 걱정되어 그만 뛰게 했다.

달리기를 마치고 그 작은 가슴과 배로 숨을 헐떡거리며 하는 말이

"달리고 나니까 나 자신이 조금 더 믿음직한 사람이 된 것 같아."

아내와 나는 벅차오르는 감정마저 느꼈다. 대견스러웠다.

달리기는 그런 것이다. 이유와 목적 없이 그냥 달렸을 뿐이지만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정확하게는 호르몬 때문이겠지. 어른과 세상의 적확한 표현이 오히려 어색하다. 아이가 쓰는 서툰 언어를 통해 그 감정이 더 잘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