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트랙 둘러보기
당연한 이야기지만 명절 당일에도 달린다. 차례를 지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조상 덕을 누리는 사람들은 명절 연휴기간마다 해외여행을 다닌다고 하는데, 아마 나는 조상덕을 누리지는 못하는 것 같다. 매번 차례를 지내는데, 새벽 달리기를 못할 것은 아니다. 차례를 새벽 일찍 하는 것은 아니라서. 다행히 상차림은 간소하다. 조리와 요리가 필요한 음식은 최소한으로 줄였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과일, 생선, 탕국 등 함께 준비하였다. 전 요리는 몇 년 전쯤 전부 없애버렸다. 사실 전분이나 반죽을 음식에 입혀 굽거나 튀기는 음식은 전통 음식도 아니고, 내 취미를 위해 체중 및 식단 관리를 하는데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비슷한 이유로 결혼하자마자 나는 양가 집안 김장 행사를 모두 없애버린 전력이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유독 위암 발병률은 높은데 두 나라 모두 염장 음식이 발달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으니 이번 기회에 김장 그만하고 김치도 줄이고 만약 드시고 싶으면 싱겁게 겉절이로 드시라고 하던 나를 보시던 부모님들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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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당일 새벽에도 달린다. 추석 전날부터 머무는 내 부모님 댁은 처가 반대편 지역에 있기 때문에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트랙에 가기가 힘들다. 그동안 경북대학교 트랙에 종종 가곤 했는데, 이 또한 거리와 시간이 만만하지 않다. 무엇보다 경북대 트랙은 대학교 운동장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장실이 불편하다. 오늘은 상인동 방향에 있는 경북기계공고 트랙에 가보았다. SNS 등에서 여기 트랙에도 지역 러너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봤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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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 달리기 프로그램이었다. 천천히 시작하여 1km당 4분 20초 페이스까지 올리는 내용이다. 아마 이틀 뒤 40,000m LSD 훈련을 위한 포석인 것 같았다. 빠르지 않은 페이스라 부담스럽지 않았고 무난히 운동을 마쳤다. 명절 당일임에도 트랙에는 나와 같은 동지들이 꽤 많았다. 어떤 분들은 명절이 그냥 휴식인 분도 있을 것이고, 몇몇 분들은 나처럼 차례와 성묘를 모두 지내지만 새벽 시간을 내어 오늘의 운동을 기어코 하는 분들일 것이다. 100분 달리기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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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당일에도 나는 달렸다
즐겁고 상쾌했다. 아마 이 새벽 이 트랙에서 운동한 분들 모두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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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경북기계공고 트랙은 꽤 마음에 들었다. 육상연맹 공인 트랙은 아니었지만 400미터 길이는 딱 맞았고, 달리기 동호인들이 표시해 놓았는지 100미터마다 식별 가능한 무언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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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도 트랙에서 가까웠다. 하지만 화장실에 가지는 않았다. 새벽이라 주차는 정문 앞에 세워두어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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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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