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로 보는 내 삶의 '기대값'

관계에도 확률이 있다

by 루니

퇴사 후에도 연락하고 싶었던 상사가 있었습니다.

회사 다닐 땐 자주 만나 배움을 청하기도 하고, 도와주던 상사였기에 힘든 회사 생활을 버틸 힘도 성장할 기회도 얻을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인연이었죠.

그래서 퇴사하고 나서도 연락했습니다.

"다음 주에 커피 한잔 어떠세요?"

"오, 좋아요. 시간 봐서 연락할게요."

하지만 그런 만남 이후 예전과 같은 친근감이 사라졌고, 더 먼 곳에 도달한 듯한 이질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이상하게 그 상사분이 불편해 졌습니다.

하지만 좋은 인연이고, 나에게 자극이 되는 배움을 주시는 분이기에 다시 만남을 청했지만,

"이번 주는 어떠세요?"

"미안해요, 요즘 너무 바빠서."


서너 번 반복 이후 깨달았습니다.

나는 만남 그리고 시간을 허락할 만큼의 가치가 없어졌다는 것을 말이죠.


주사위는 확률을 말하지만, 기대값은 결과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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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에서 주사위를 굴리기 전, 던전 마스터는 계산합니다.

"이 선택의 기대값은 얼마인가?"

EV (Expected Value, 기대값) = Σ(결과 × 확률)
성공 시 보상 +100, 확률 70% 실패 시 손실 -30, 확률 30%
EV = (100 × 0.7) + (-30 × 0.3) = 70 - 9 = +61

기대값이 플러스네요. 장기적으로 이득입니다.

하지만 만약:

성공 시 보상 +50, 확률 20% 실패 시 손실 -20, 확률 80%
EV = (50 × 0.2) + (-20 × 0.8) = 10 - 16 = -6

기대값이 마이너스네요. 장기적으로 손해가 났어요.

한두 번은 운이 좋을 수 있겠지만, 10번, 20번 반복하면...

이처럼 기대값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내 안의 세 결(結)이 조용히 말을 건넸다

전사가 칼을 쥐며 말합니다.

"관계에도 기대값이 있어. 내가 10을 주면, 평균적으로 얼마가 돌아오는가. 그게 기대값이야."

마법사가 지팡이를 들며 반박하죠.

"하지만 봐. 기대값은 고정값이 아니야. 상황에 따라 달라져. 같은 사람이어도, 내 상태에 따라 기대값이 바뀌는 거야."

치유사가 부드럽게 손을 얹으며 말합니다.

"그게 아픈 거야. 내가 변했을 뿐인데, 관계의 기대값도 함께 변해버리는 거.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힘든 거지."

회사에 있을 때, 나의 EV는 플러스였다

회사 다닐 때.

그 상사와의 관계는

내가 제안하면: 만남 성사율 80%

내가 물어보면: 답장 속도 1시간 이내

내가 고민 말하면: 진심 어린 조언


내 투자 = 10 돌아온 회수 = 12 EV = +12
기대값 플러스.

10을 주면 12가 돌아오는 관계였죠.

그때 나는

같은 회사 동료

함께 일하는 파트너

업무적 가치가 있는 사람


그 상사에게 내 존재는 좋은 자산이었죠.


퇴사 후, 나의 EV는 마이너스가 되었다

퇴사 후.

그 상사와의 관계는

내가 제안하면: 만남 성사율 20%

내가 물어보면: 답장 속도 하루 이상

내가 고민 말하면: "힘내" 한마디


내 투자 = 10 돌아온 회수 = 2 EV = +2 (거의 0)
기대값 거의 제로.

10을 주면 2가 돌아온다.

이제 나는:

다른 회사 사람이자 현재는 업계인이 아닌 사람

더 이상 함께 일하지 않는 과거

업무적 가치가 없는 사람


그 상사에게 내 존재는 더 이상 자산이 아니었습니다.


기대값은 내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충격이었습니다.

나는 변하지 않았는데, 같은 사람인데...상황에 의해 나의 기대값은 변해있었습니다.

현직일 때 나 = EV +12
퇴사 후 나 = EV +2

같은 관계, 다른 기대값.

왜죠?

그 상사에게 나는 '회사 동료 좋은 팀원'이였지, '나 자체'가 아니었던 것이죠.

내 가치는:

내가 누구냐가 아니라

내가 어디에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회사라는 맥락이 사라지자, 관계의 기대값도 사라졌습니다.


친구는 달랐다

대학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있습니다.

회사도 다르고, 일도 다르고, 사는 동네도 달라서 어쩌차 보니 잘 만나지 않게된 친구였죠.

하지만 이 친구는 퇴사 전이나 후나 변하지 않았습니다.

자주 보진 않아도 언제나 나를 동일하게 대해주는 친구.

퇴사 전:

내가 제안하면: 만남 성사율 70%

내가 물어보면: 답장 속도 1시간

내가 고민 말하면: 진심 어린 공감


퇴사 후:

내가 제안하면: 만남 성사율 80% (오히려 올랐다)

내가 물어보면: 답장 속도 30분

내가 고민 말하면: "요즘 힘들지? 밥 먹자"


퇴사 전 EV = +10
퇴사 후 EV = +12

그 친구에게 나의 기대값은 낮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그 친구에게 나는 '나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내 가치는:

내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누구냐에 달려 있었다


회사라는 맥락이 사라져도, 관계의 기대값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더 생긴 요즘은 그 친구와 더 자주 이야기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내 안의 세 결(結)이 다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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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가 검을 듭니다.

"기대값이 내 상태에 따라 바뀌는 관계는 조심해. 그건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내 상황'을 보는 거야."


마법사가 계산합니다.

"기대값이 내 상태와 무관하게 유지되는 관계. 그게 진짜야. 상황이 바뀌어도 EV가 플러스인 관계를 찾아."


치유사가 미소 짓습니다.

"아프지만 배워. 어떤 관계는 맥락 의존적이고, 어떤 관계는 본질적이야. 둘 다 나쁘진 않아. 다만, 네가 의지할 곳은 후자야."


오늘의 실천

오늘 하루, 당신의 관계를 기대값으로 계산해보세요.

내 상황이 바뀌면, 이 관계의 기대값도 바뀌는가?

회사를 떠나면, 직책이 없어지면, 이 사람은 여전히 나를 찾는가?

10을 주면, 평균적으로 얼마가 돌아오는가?


기대값이 내 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관계 : 맥락 의존적 관계
기대값이 내 상황과 무관한 관계 : 본질적 관계

에너지를 후자에 사용해 보세요.


당신은 어떤 기대값을 가진 관계에 있는가

나는 오늘 깨달았습니다.

상사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나를 '회사 동료'로 봤을 뿐이죠.

친구는 특별한 사람입니다.

여전히 나를 '나'로 보니까요.

기대값은 고정값이 아닙니다.

내 상태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맥락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내 상태가 바뀌어도 여전히 플러스인 관계를 찾는 것 같습니다.

그게 진짜 기대값이고요.



오늘, 당신의 관계는 맥락에 의존합니까, 본질에 의존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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