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버프들
여기 전설 등급 장비로 무장한 네 명의 검사로 모인 파티가 있습니다.
공격력 수치로만 따지면 이 서버 내 최강이죠.
하지만 이 화려한 드림팀은 고작 중간 보스인 '불의 마녀'에게 처참하게 점멸당하고 맙니다.
네 명 모두가 중간 보스 앞에서 열심히 칼을 휘둘렀지만, 화상 상태 이상을 치유해 줄 힐러도, 치명타 공격을 넣어줄 딜러도 없는 이 파티는 불의 마녀의 공중 공격을 맥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낡은 방패를 든 기사, 허름한 로브를 입은 마법사, 그리고 조잡한 활을 든 궁수로 모인 오합지졸 파티는 그 마녀를 손쉽게 잡아냅니다.
기사가 불을 막아내는 동안(어그로), 마법사가 얼음 마법으로 마녀에게 얼음 대미지(상태 이상)를 주고, 그 틈에 궁수가 치명타 공격을 쏘았기 때문이었죠.
두 파티의 차이점은 '단순 합(Add)'이냐, '곱 연산(Multiplay)'이냐의 차이입니다.
즉 개인보다 조합에서 오는 증폭 효과 = 시너지가 중요하다는 의미이죠.
왜일까요?
성공은 합이 아니라 곱이기 때문입니다.
단순 합일 땐
전사(800) + 전사 2(750) + 전사 3(700) = 2,250
하지만 시너지 곱일 땐
전사(500) × 마법사 버프(1.3) × 힐러 버프(1.2) × 타이밍 보너스(1.5) = 500 × 1.3 × 1.2 × 1.5 = 1,170 (기본 전사력)
하지만 실제 효과는 3배 이상
인 것처럼 숫자는 낮지만, 조합이 되어 시너지가 발동되면 그 효과는 배가 되어 돌아옵니다.
전사가 칼을 쥐며 말했습니다.
"혼자 강해지려 하지 마. 누군가를 강하게 만드는 사람이 돼. 네가 800이 되는 것보다, 상대를 500에서 1,000으로 만드는 게 시너지야."
마법사가 지팡이를 들며 말했습니다.
"조합을 봐. 공격력 + 공격력은 2배야. 하지만 공격력 × 치명타는 3배가 돼. 같은 종류끼리 모으지 마. 다른 종류가 만날 때 시너지가 생겨."
치유사가 부드럽게 손을 얹으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타이밍. 시너지는 순서야. 내가 먼저 회복하면 전사가 돌격할 수 있어. 전사가 돌격하면 마법사가 공격할 수 있어. 혼자는 약하지만, 순서가 맞으면 강해져."
그래서 게임은
'가장 강한 캐릭터'를 모으는 것이 아닌 '서로 다른 속성'을 만나 조합되는 다양한 빌드를 설계합니다.
그래야 재미있기도 하고요!
젊은 시절의 나는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육각형' 인간이 되고 싶었습니다.
'기획'도 잘하고, '프로그램'도 할 줄 알며, '말'도 잘해서 회사에서 인정받고, '가족'에게도 친구 같은 친숙한 부모이자, 멘토이고 싶었죠. 양가 부모님에게도 '딸'같은 친숙하고 잘하는 며느리이자 자식이고 싶었고요.
그렇게 만능 캐릭터가 되고 싶어 달리다 보니 이상하게도 올라간 능력치만큼 제 삶은 더 빡빡해졌습니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느라, 정작 중요한 '보스'를 잡을 에너지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그 역할을 내려놓기 쉽지 않았죠.
오랜 세월 나를 지탱해 온 타이틀이자 자부심이라 생각했고, 혹시 내려놓음으로 인해 받은 '미움'이 무서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리더가 아닌 동료가 되고 싶었습니다.
나는 다양한 의견을 모아 취합하여 진행하는 능력이 있고, 이 능력은 신중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업무를 쪼개고 분리하는 동료를 만난다면 그 시너지는 보호막이 되어 나를 더 몰입하게 업무를 수행하게 도울 거라는 것을 압니다.
지금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 기획 70
파트너 A: 디자인 80
파트너 B: 개발 90
개인 능력은 310으로 적지만, 제가 기획한 것을 A의 디자인이 샘플로 제작함으로써 더 명확해지고, 이를 보고 B가 빠르게 개발을 할 수 있어서 하나씩 완성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혼자서 다 할 때는 프로그램을 하다 기획에서 완성도를 놓쳤고, 말로 설득하려다 보니 거창해지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서로 티키타카 하듯 주고받으며 완성하다 보니 어느새 완성된 프로토타입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관계란 서로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증폭시키는 곱연산의 과정입니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고유한 '패시브'스킬을 가진 불완전한 캐릭터입니다.
무능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레벨이 낮아서가 아니라 내 스킬을 연계해 줄 파티원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얼음 마법사가 용암 지대에서 혼자 살아남을 순 없지만, 불 마법사와 함께라는 그곳은 최고의 사냥터가 되는 것처럼요.
그러니 인생을 혼자 만렙을 찍는 솔로 플레이 게임처럼 살아가지 마세요.
나의 부족함을 채워줄 탱커가 필요하고, 내가 지칠 때 체력을 채워줄 힐러가 필요하며, 내가 앞에서 시선을 끌 때 뒤에서 딜을 넣어줄 딜러가 필요한 것처럼요.
물론 그러기 위해선 '내가 강해지면 돼.'보다는
"내가 누군가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가?"
라는 의식으로 A + B = 단순 합을
70 + 80 = 150
그냥 150
A × B = 시너지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70 × 1.3 (B의 버프) = 91
80 × 1.2 (A의 버프) = 96
총 효과 = 187 (25% 증폭)
물론 모든 관계가 모두 시너지를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능력이지만 안 맞는 관계가 만나면 곱이 아닌 나눗셈이 되기 때문이죠.
A ÷ B (서로 방해)
70 ÷ 1.3 = 54 (능력 감소)
80 ÷ 1.2 = 67 (능력 감소)
총 효과 = 121 (19% 감소)
이처럼 함께 하는데 약해질 수 있는 것도 관계입니다.
전사가 검을 들었습니다.
"내 능력보다 중요한 건, 누가 내 능력을 증폭시키는가야. 혼자의 800보다, 함께의 1,000이 더 중요한 이유지!"
마법사가 계산했습니다.
"같은 스탯끼리 모으지 마. 공격 + 공격 = 2배. 공격 × 치명 = 3배. 다른 게 만날 때 시너지라고!"
치유사가 미소 지었습니다.
"그리고 타이밍. 혼자는 순차지만, 함께는 순환이지. 이런 순환 구조가 시너지를 만들어."
오늘 파티의 파티창을 열어보셨나요?
이 파티는 당신의 능력치를 깎아내리는 '디버프(Debuff)'를 걸고 있나요? 아니면 당신도 몰랐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시너지'를 만들고 있나요?
내가 무엇을 더 잘해야 할지 고민하는 대신 '누가 내 능력을 곱하기로 만들어주는가"를 질문해 보세요.
진정한 만렙은 스탯 창의 숫자가 아닌, 내 옆에 선 사람과의 조합에서 완성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