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Pity 시스템이 작동할 때
주사위를 굴립니다.
목표 수치 10, 하지만...
1회: 주사위 눈 - 2 [판정 실패]
다시 숨을 고르고 주사위를 던졌습니다.
2회: 주사위 눈 - 3 [판정 실패]
그 다음에 그 다음은...
5회: 주사위 눈 - 1 [판정 실패]
10회: 판정 실패
20회: 판정 실패
주사위를 돌리던 테이블 위로 한숨이 쌓이고, 캐릭터의 앞날에는 짙은 안개가 내려앉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
눈동자에 절망이 스칩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겉으로 보이지 않는 톱니바퀴가 돌아가고 있거든요.
당신의 연속된 실패가 다음 주사위 눙에 보이지 않는 숫자를 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에는
'보정' 또는 '천장(Pity)'이라 불리는 장치가 존재합니다.
순수한 확률은 때로 잔혹하리만큼 한쪽으로 치우칩니다.
누군가는 단 한 번에 얻는 것을, 누군가는 백 번을 시도해도 얻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세상은 이 불공정한 무작위성이 당신을 파괴하도록 방치하지 않습니다.
1회 실패: 다음 확률 +1%
10회 실패: 다음 확률 +10%
50회 실패: 다음 확률 +50%
100회 실패: 확정 보상
실패가 누적될 때마다 성공 확률을 소폭 상승시키거나, 일정 횟수에 도달하면 확정적인 보상을 안겨 줍니다.
이것은 특혜가 아닙니다.
게임과 이 삶이란 세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운의 잔혹함을 통계의 영역 안으로 되돌려 놓는 최소한의 안정장치입니다.
전사가 칼을 쥐며 말했습니다.
"30번 실패했어?
괜찮아. 31번째는 확률이 높아져. 실패가 쌓일수록, 다음은 유리해져. 보정 시스템이야."
마법사가 지팡이를 들며 말했습니다.
"순수 확률은 잔인해.
하지만 설계자는 안전장치를 뒀어. 일정 횟수 이상 실패하면, 시스템이 개입해. 운이 한 사람에게만 계속 나쁘지 않게."
치유사가 부드럽게 손을 얹으며 말했습니다.
"실패는 사라지지 않아.
누적돼. 그리고 다음 판정의 조건이 돼. 지금 실패는 다음 성공의 재료야."
저의 경력과 포플을 보고 면접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들었습니다.
"보통 대기업에 이 정도 경력을 가지고 있다면 새로운 시도보다는 안전한 길로 올라갈텐데...모험을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그때의 저는 그 질문에 고개를 숙이며 실패를 찾아다녔노라고 말했습니다.
네. 저는 이 모든 선택을 실패라 단정지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 이후 기회가 번번히 거절로 돌아왔으며, 관계는 꼬였고, 노력의 결과값은 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세상은 그저 무작위의 폭력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운이 바닥에 뚫린 항아리처럼 소멸되고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본 그 '실패의 누적 구간'은 버려진 시간이 아니였습니다.
반복된 실패는 제가 세상을 읽는 법을 교정해 주었고, 깎여나간 기대감은 오히려 예상치 못한 작은 성공을 붙잡을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아마...면접관의 말씀처럼 안전하고 탄탄한 길을 갔다면, 재직 시절 '나'처럼 행복하지 않은 얼굴로 하루를 버티며 살았을 것 같습니다.
보정은 운을 없애지 않습니다
운이 한 사람에게만 계속 잔인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보정 입니다.
인생도 이와 닮아 있죠.
우리가 겪는 실패는 단발적인 사건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데이터로 남아 우리의 다음 선택을 강화하는 조건이 됩니다.
"계속 실패했기 때문에 이제 의미 없다"는 생각은 이 세상의 의도와 다릅니다.
오히려
"충분히 실패했기 때문에, 이제는 보정 구간의 입구에 들어섰다"
라고 읽는 것이 이 세상의 의도에 맞습니다.
실패 20회:
"더 이상 소용없어" (과거 시선)
"20회 누적, 확률 상승 중" (보정 시선)
실패 50회:
"나는 안 되는 사람이야" (포기)
"50회 누적, 거의 다 왔어" (보정 구간)
세상은 완벽하게 공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작위적인 혼돈 상태도 아닌 것이죠.
전사가 검을 들었습니다.
"실패 횟수 세. 20번? 30번? 그럼 보정 구간이야. 다음은 더 유리해. 계속해."
마법사가 계산했습니다.
"실패는 누적돼. 사라지지 않아. 다음 확률을 올려. 100번 실패하면? 거의 확정이야."
치유사가 미소 지었습니다.
"이번 실패는 의미 없는 게 아니야. 다음 성공의 재료야. 보정 시스템이 작동 중이야."
만약 당신이
연속된 판정 실패로 인해 주사위를 던질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다면, 이것 하나만 기억해주세요.
당신의 실패 로그는 헛되이 휘발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보이지 않는 스택(Stack)이 되어 당신의 다음 턴을 조용히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요.
오늘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설계적인 행동은 '성공'을 장담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주사위를 굴릴 기력'을 보존하는 것입니다.
이번 판의 실패가 다음 판의 확률을 바꾼다는 사실은 믿는다면, 우리는 조금 더 담담하게 패배를 기록할 수 있을 것입니다.
〈TRPG처럼 사는 법〉 시리즈를 연재하며 저는 삶의 수많은 아픔과 혼란을 수식과 시스템으로 치환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고통을 가볍게 여기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 삶에 해독 불가능한 불행은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캠페인에서 우리는 여전히 모험 중입니다.
때로는 스탯이 낮아 고전하고, 때로는 상태 이상에 걸려 멈춰 서기도 하겠지만, 시스템은 언제나 당신의 재기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 다시 당신의 턴입니다. 주사위는 이미 당신의 손바닥 안에서 온기를 머금고 있습니다. 실패의 기록이 충분히 쌓인 지금, 당신의 다음 판정은 어떤 눈을 보여줄까요?
당신의 보정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하는 순간, 당신은 어떤 모험을 이어가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