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의 진정한 가치
오늘 아침 책을 필사하다 문득 떠올랐습니다.
2년전 코로나 19가 활발했던 시기에 시작한 온라인 독서모임에서 만났던 순간들이요.
새벽 5시, 컴퓨터 화면을 켜면 여섯 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각자의 공간을 달랐지만, 우리는 모두 하나의 책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막막하고 답답할 때마다 책에서 해답을 찾곤 했는데, 혼자만의 해석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용기를 내어 시작한 온라인 독서모임이었습니다.
"아, 이 부분은 정말 몰랐네요. 완전히 다른 책을 읽은 것 같아요."
한 참가자의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같은 글자, 같은 문장인데 우리 모두는 저마다 다른 세상을 보고 있었으니까요.
코로나19로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대면 모임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졌어요.
덕분에 회사를 다녀야 하는 워킹맘도, 아이를 키우느라 바쁜 육아맘도, 지방에 사는 사람도 새벽 시간을 내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사회활동이 시작된 거죠.
하지만 동시에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고민도 생겼습니다.
필사를 하다 보면 느끼는 것이 있어요. 혼자 읽는 시간만의 특별함이요.
330년 전 장조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경전은 혼자 읽어야 좋고, 사기와 통감은 벗과 함께 읽는 게 좋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독서모임에서 토론한다고 상상해보세요.
각자의 해석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정작 칸트의 목소리는 묻혀버릴 거예요
그래서 혼자 읽기는 저자와의 일대일 대화인 것 같습니다.
아무도 끼어들지 않는 고요한 시공간
수천 년을 뛰어넘어 위대한 정신과의 만남
『논어』 한 구절 앞에서 하루 종일 머물 수 있는 자유
톨스토이의 문장에서 삶의 전환점을 발견하는 순간
혼자 읽기를 통해 우리는:
깊은 개인적 성찰을 할 수 있고
작품과 감성적으로 공명할 수 있으며
나만의 방식으로 적용하고 해석할 수 있어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 2000년 동안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독자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황제의 내밀한 성찰에 동참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어떤 책들은 함께 읽을 때 진짜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사기와 통감은 벗과 함께 읽는 게 좋다"
는 장조의 말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어요. 같은 사건도 보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거든요.
혼자서는 놓칠 수 있는 다층적 의미를 여러 시각을 통해 발견할 때, 역사서는 비로소 살아나고 우리 앞에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함께 읽기 좋은 책들:
역사서: 다양한 관점이 필요한 책
현대소설: 동시대적 공감과 토론이 유익한 책
경제·정치서: 사회적 맥락의 이해가 중요한 책
같아요.
책을 혼자 읽으면 개인적 성찰과 진정성을 얻을 수 있지만, 함께 읽으면 보편적 공감을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상 앞에 혼자 앉아 책 속 저자의 지혜를 만나는 시간도, 화면 너머 동료들과 함께 감동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모두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새벽 5시, 화면 너머에서 만난 그 사람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이 아직도 제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어요.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답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혼자서도, 함께라도 우리는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