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는 무엇인가?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명언

by 루니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글과 마주합니다.

때로는 가볍게 읽히는 즐거움을 주고, 때로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죠.

하지만 문득, "이토록 강렬하게 나를 흔드는 글은 과연 몇이나 될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됩니다.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명언처럼,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20200302_003137.jpg 프란츠 카프카


이 문장은 예리한 도끼날처럼 우리의 의식 깊숙이 박혀, 오래도록 진한 울림을 남깁니다.

이 문장이 지닌 힘은 단순히 멋진 비유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카프카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독일 극작가 프리드리히 헤벨의 18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일기를 읽고 느꼈던 전율을 고백합니다.

그 일기는 마치 동굴에 갇힌 원시인이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돌덩이를 치우려 하는 것처럼, 그의 의식을 고양시키고 예민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헤벨의 일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인생의 비극과 인간 실존에 대한 지독한 고뇌를 담아낸 ‘최상의 문학사적 기념비’였습니다.

가난과 번민 속에서도 끊임없이 사유하고 기록하며, 자신의 내면을 섬세하게 해부해 나간 그의 삶 자체가 거대한 도끼였던 셈입니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던 이들의 고뇌

카프카 또한 헤벨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체코에서 나고 자랐지만 독일어를 모국어로 쓰는 유대인으로서, 그는 정체성의 혼란과 깊은 외로움을 겪었습니다.

권위적인 아버지와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 밑에서 불안과 초조는 그의 삶을 지배했죠.

"희망은 충분히, 무한히 많아. 다만 우리를 위한 희망이 아닐 뿐이야"

라고 읊조리던 그의 고통은 현대인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얼어붙은 바다를 품고 살아갑니다.

알 수 없는 불안감, 해소되지 않는 외로움,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출구를 찾으려 헤매는 카프카의 모습은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의 마음을 흔듭니다.


그는 평생 자신의 작품에 대한 확신 없이 살았습니다.

죽음을 앞두고는 친구에게 모든 원고를 불태워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죠.

그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빛을 본 <성>, <소송>과 같은 작품들은 사후에야 그 진가를 인정받으며 '세계의 불확실성과 인간의 불안한 내면을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낸 역작'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카프카의 작품들은 여전히 오늘날 불안하고 초조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강렬한 울림을 선사하며,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처럼 작용합니다.


당신의 도끼는 무엇입니까?

카프카의 작은 집이 프라하성 뒤편 황금소로에 22번지라는 번지를 새기고 여전히 그의 존재를 증명하듯 서 있습니다. 그의 탄생 140주년을 지나 2025년 현재 타계 100주년이 되었습니다.

물리적인 시간은 흘렀지만, 그가 남긴 고뇌와 질문은 영원합니다.


우리는 모두 얼어붙은 바다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바다가 어떤 형태를 띠고 있든, 우리는 그것을 깨고 나아가야만 합니다.

카프카가 헤벨의 일기에서, 그리고 그의 작품 속에서 찾아낸 ‘도끼’는 비단 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겁니다. 때로는 한 권의 책이, 때로는 가슴을 울리는 음악이, 때로는 누군가의 진심 어린 한마디가, 혹은 스스로의 깊은 성찰이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강렬한 도끼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신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도끼로 당신은 무엇을 깨고 나아가고 싶습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혼자 읽기 vs 함께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