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 올리는 편지, 열셋
이 한 문장은 굉장히 강력했습니다. 처음에는 말을 걸듯이 하다가 나중에는 아우성으로 바뀌었습니다. 제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마음과 문장은 손을 맞잡고 저를 향해 시위를 하기 시작했어요.
출근을 할 때도,
'지금, 너로 살고 있어?'
회의를 할 때도,
'지금, 너로 살고 있어?'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지금, 너로 살고 있어?'
퇴근을 할 때도,
'지금, 너로 살고 있어?'
결국은 그 말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음을 거스르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무시하고 살아갑니다. '마음을 무시한다'는 말에 부정적인 의미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해야만 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가족 전체를 부양해야 한다던지, 이걸 발판으로 더 큰 꿈을 꿔야 한다던지 하는 이유 말입니다.
저는 딱히 그런 처지가 아니었기에 이런 선택에 있어서 자유로웠을 것입니다. 부모님께서 살아계시고, 제 벌이만 하면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삶을 선택해서 살고 있는 저를 친구들은 '부럽다'라고들 합니다. 면전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겠냐마는... 가끔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서는 '이기적으로 산다', '언제쯤 정상적으로 살 거냐'라는 평가를 듣기도 합니다. 듣기 좋은 말, 듣기 싫은 말에 마음이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고 싶지만 솔직히 달콤한 말에 마음이 차오르고, 쓴 말에는 마음이 한없이 녹아내리곤 합니다.
가끔 사회로부터도 달콤한 유혹이 옵니다. 제가 가진 능력과 시간을 돈으로 바꿔주겠다는 유혹이에요. 그 유혹에 잠깐 휘청이곤 합니다. 크게 휘청일 때도 있고 잠깐 휘청였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합니다. 크게 휘청일 때는 주로 부모님 얼굴이 떠오릅니다. 잠깐만 '그곳'에 다녀오면 부모님께 달콤한 무언가를 드릴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에 부모님께서 미소 지으실 것 같은 상상이 듭니다.
'다녀온다'는 표현에서 유추했을 때, 제가 있는 곳을 행성 A라고 하고, 유혹이 들어오는 사회를 행성 B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행성 A와 B는 전혀 다른 별개의 행성이고, 각각 행성에 사는 생명체도 전혀 다르며 행성 B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적'의 일종으로 여기는 마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행성 A와 B는 별개의 것이 아니며 두 행성이 물과 기름처럼 절대 섞일 수 없는 것도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하나의 행성 안에서 한 종류의 생명이 살아가며 각자의 선택에 따라 사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선택을 다르게 했다고 적처럼 대할 것도 아닙니다. 저도 언제든지 마음의 빛이 바뀔 수 있으니까요. 선택에 있어, 정답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마음의 소리를 잘 듣는 능력이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한번 선택했다고 해서 죽을 때까지 그것을 고수할 필요도 없습니다. '언제든 선택을 다시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공기처럼 가벼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전에 느꼈던 고립감이나 이질감은 헛된 감정처럼 느껴집니다. 마음결 하나 바꿨을 뿐인데 세상 전체가 다르게 보이는 듯합니다. 양파망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마음으로 마음의 소리를 ASMR(선생님, 이 말 아시나요?)처럼 미세하게 포착할 수 있는 감각을 기르는데 집중을 해 보겠습니다.
언젠가 명품이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 회사에 들어가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 돈을 왕창 벌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선택에 대해 '변심했다'는 현상만 포착하여 스스로를 탓하거나 다그치거나 가두지 않겠습니다.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되물어보겠습니다.
모든 것이 정답인 제 마음 소리에만 오롯이 귀 기울이겠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어떻게 해야 그렇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의 소리를 잘 듣겠다고 청력을 키울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두 가지를 실천해 볼 생각입니다.
첫 번째로, 제 눈과 귀를 멀게 하는 것과 거리를 두겠습니다.
두 번째로, 근력운동을 꾸준히 해보겠습니다.
요즘에 SNS나 TV 프로그램을 보면 눈을 멀게 하고 귀를 먹게 하는 것들, 특히 남과의 비교를 통해 불안을 가중시키는 내용들이 왕왕 있는 듯합니다. 특히 스마트폰을 손에 놓지 못하는데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은 마음이 단단하지 못하기에 그것들과 거리를 둬 보겠습니다. 저로 살기 위해서요.
근력운동은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며 매일 하라고 하셨지만 아주아주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루에 1개라도 좋으니 꼭 하겠습니다. 매일매일 해 나가는 제 모습에서부터 저에 대한 믿음이 시작될 거라고 믿습니다.
3월이 되었습니다. 날은 따뜻하지만 공기는 매우 좋지 않은 나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 나가야 할지 걱정이 됩니다.
걱정은 걱정대로 내버려두고 다 껴안으려고 하지 않겠습니다.
저 하나 껴안는다고 껴안아지는 크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에요.
3월 혹은 4월 중에 제주도에 한번 내려가겠습니다.
모쪼록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글 /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