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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작 유 Sep 30. 2021

가르칠 때 꼭 가르쳐야 하는 세 가지

3의 법칙 - 일곱 번째 이야기

가르치는 것은 선생님이나 교수님만의 업이 아니다. 가르침은 우리 일상 속에서 필수불가결한 일 중 하나다. 사랑스런 내 두 자녀에게 자기 이름 쓰는 것 알려주기, 자녀에게 때리는 것이나 물건을 던지는 것이 왜 나쁜 것인지 알려주기, 자녀에게 ‘감사합니다’라고 표현하는 법을 알려주기, 내게 맡겨진 신입들에게 업무 알려주기, 내가 신뢰하는 동료들에게 중요 과제 알려주기, 발표 효과적으로 하는 법 알려주기, 보고서 쓰는 법 알려주기, 블로그 독자들에게 유익한 지식 알려주기, 세미나에 참석하지 못한 친구에게 들었던 정보 알려주기, 친구에게 문제 푸는 법 알려주기,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핸드폰 어플 설치 및 사용법 알려주기, 집안 잘 정리하는 법 알려주기, 주택 청약 가점 올리는 법 알려주기, 주식 및 비트코인 매매하는 법 알려주기, 시시각각 변하는 부동산 정책 현황 알려주기, 우선 순위 정하는 법 알려주기, 지나가는 행인에게 관공서가는 길을 알려주기 등등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들에게 많은 좋은 것들을 가르치며 살아간다. 특별히 직장 생활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내 삶에서 가르치는 것이 가장 많이 행해지고 가장 중요한 곳은 바로 직장 생활이다),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영향력있는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 정말로 중요한 요소이다. 리더가 제대로 일을 가르치지 못하면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명확하지 않은 초점을 가지고 일하게 되며 그 결과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기가 매우 어렵다. 반면 리더가 제대로 일을 가르치면, 그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집중있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그들은 불안해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나는 직급이 높아짐에 따라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좀 더 자격있고, 사람들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나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업무를 사람들에게 쉽게 가르치는 능력이었다. 어떻게 가르쳐야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일을 하고 그 결과 실력이 성장할 수 있을까? 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여러 시행 착오를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가능한 피해야하는 세 가지 가르침의 방식을 알게 되었다. 


첫번째, 납득이 되지 않는 가르침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 없다. “이것 왜 해야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해서 “몰라요! 위에서 하라고 시켰어요!”라고 답변한다면 그 일을 배워서 해야하는 사람은 어떤 태도로 일을 수행할까? 그는 어떠한 동기부여 없이 스트레스를 짊어진 채 그 일을 후딱 해치워내려 할 것이다. 내 경험상 동기와 명분 그리고 이유를 모른채 일을 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정말 형편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 일의 중요성이 크건 작건, 어떠한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여러 변수들에 발생하는 법이며, 이러한 변수들에 대해서 해석하고 제어하고 그 결과 일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동기와 이유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일을 하는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한편 우리의 뇌의 가장 깊숙한 영역에는 파충류모양처럼 닮은 크로커다일 뇌라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 영역은 뇌 중에서 최초로 발달된 영역이라고 하며 언어를 처리하는 능력이 없고 단순하고 자동적이며 생존과 같은 본능이나 두려움, 행복 등의 모든 감정들을 담당한다고 한다. 당신이 동기부여가 되어 무언가를 강렬하게 하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곳이 바로 크로커다일 뇌이다. 만약 당신이 어떤 일을 배웠는데 어떠한 동기나 이유에 대해서 배우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먼저 크로커다일 뇌는 당신이 배운 일에 대해 전혀 흥미롭지 않다고 느낄 것이고, 그것을 종합적인 생각을 담당하는 신피질로 보낼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이를 걸러낼 것이다. 쉽게 말하면, 동기와 이유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일을 하는 사람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을 가르칠 때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은 왜 이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가르치는 것이라 믿는다. 


두번째,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 가르침은 일을 맡기지 않는 것과 동일하다. “이번 일은 A, B, C의 이유로 중요하니까 이것 꼭 해봐! 그 방법은 알아서 찾고!”라는 식으로 부하직원을 가르친다면 부하직원이 조직에서 매우 탁월한 S급 인재 (상위 10%) 정도가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 정해진 납기를 못맞추거나 형편 없는 결과로 끝이 난다. 조직의 리더도 성공할 방법을 모르는데 어떻게 부하 직원이 그 방법을 찾아 성공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는 물고기를 잡으라고 하면서 물고기를 잡는 도구를 쥐어주지 않는 것과 동일하다. 나는 일을 가르칠 때 왜 이 일을 해야하는지 뿐만 아니라 어떻게 이 일을 해야하는지도 반드시 함께 가르쳐야한다고 믿는다. 


세번째, 최종적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가 빠진 가르침의 결과는 언제나 두루뭉실한 결과를 맺는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나에게 “어떻게 그 일을 하셨어요? 좀 알려주세요!”라고 질문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나는 정성껏 내가 성공시킨 그 일을 어떻게 했는지 알려준다. 시간이 지나서 나에게 그 질문을 했던 사람들을 관찰해 볼 때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었다. 첫 번째는 내가 가르친 것을 자기 것으로 소화시킨 사람이고 두 번째는 내가 가르친 것을 완전히 잊어버린 사람이다. 이 둘의 차이점은 매우 간단했다. 그것은 내가 가르쳐준 방법을 실제로 자신의 일에 적용했는지의 유무였다. 배울 때 일의 방법에 대해서 아무리 잘 이해했어도 그 방법을 실제로 한 번도 적용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아무리 머리가 좋을 지라도 반드시 까먹거나 다시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했다. 그래서 나는 일을 가르칠 때, 왜 일을 해야하는지, 어떻게 일을 하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래서 무엇을’ 앞으로 해야하는지를 꼭 가르쳐야한다고 믿는다. 


가르침에 대한 나의 세 가지 신념, 왜 해야하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래서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가르쳐야한다는 신념은 자연스럽게 내가 어떻게 가르쳐야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이 되었다. 나는 이 삼 단계 방법을 ‘Why-How -So What (왜-어떻게-그래서뭐)” 방법이라고 부르며, 어떤 종류의 가르침에 대해서도 바로 적용해서 써먹을 수 있기에 ‘가르침의 만능치트키’라고도 부르고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부하 직원들에게 논문 스터디를 가르친 적이 있다. 부하 직원들은 석사나 박사 과정을 밟은 적이 없었고 논문 스터디를 통해 어떤 분야의 최신 동향을 파악해본 일이 없었다고 했다. 나는 논문 스터디를 지도할 때, 가장 먼저 가르침의 만능치트키 일 단계인 Why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 회사가 계속 성공을 이어나갔던 배경에는 현 세대 제품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2년 뒤의 제품 더 나아가 4년 뒤의 제품에 대해서 열심히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우리 부서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금 잘하고 있는 것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몇 년 뒤 부서에 있어 매우 중요해질 기술을 조기 발굴하고 이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논문 스터디를 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그 다음 단계인 How에 대해서는 먼저 논문을 검색하는 방법과 복잡해보이는 문서가 공통적으로 어떤 일정한 구조로 되어 있는지 그리고 논문에서 원하는 정보만을 최대한 빨리 찾기 위해서는 논문에서 어디를 보면 되는지를 잘 알려주었다. 만약 여기까지만 가르치면 사람들이 공부한 논문을 제대로 정리하기 어려워할 것 같았고 나 또한 논문 스터디의 결과를 잘 취합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간단하게 “논문 배경 - 논문 결과 - 아이디어”로 구성된 한 장 정리 양식을 만들었고 두 장도 아니고 세 장도 아니고 딱 한 장으로만 논문 스터디를 정리하게끔 지도했다. 마지막 단계 So What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한 달에 한 건의 논문 스터디를 목표로 매달 논문 한 편을 선정해 한 장 양식에 정리하도록 했고 나는 이를 통해 성공적으로 논문 스터디를 진행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예로 나는 내 딸이 다섯살이었을 때 만능 치트키를 써서 숫자를 가르쳤다. 먼저 Why에 대해서는 이렇게 대화로 유도했다. “예서야, 너는 장난감 가게에서 뭐 사고 싶어?” “콩순이 장난감도 사고싶고, 시크릿쥬쥬 장난감도 사고 싶어.” “그럼 예서가 콩순이 장난감, 시크릿쥬쥬 장난감을 사려면 가게 아저씨에게 뭘 줘야하지?” “돈!” “맞아 돈을 줘야해. 바로 이것이 숫자야. 예서가 숫자만 알면 혼자서도 가게에 가서 장난감을 살 수 있어.” 그 다음 How에 대해서는 이케아에서 산 ‘물라’라는 주판놀이 제품을 가지고 다음과 같이 숫자 세는 법을 가르쳤다. “자 이것 돌 하나가 백원이야. 알았지?” “응!” “그럼 하나씩 세어 보자! 백원 하나. 백원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이런식으로 반복해서 한 개에서 열 개까지의 개념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So What에 대해서는 집에 있는 예서의 물건을 가지고 오라고 해서, 장난감 가게 상황극 놀이를 했다. 주판놀이의 돌 열 개, 즉 백원 짜리 열 개를 예서에게 준 다음, 천 원을 가지고 장난감을 사는 과정을 연습해보았다. “이거 토끼 인형 사고싶어요!” “네 고객님, 이거 비싼 건데 300원이예요. 100원 세 개 주세요.” “네 여기 있어요! 세 개 맞죠?” “네네 고객님 확인되었습니다. 여기 토끼 인형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나는 내 딸에게 숫자를 가르쳤다. 그 결과 딸이 직접 돈을 정확하게 셀 수 있을 정도로 숫자 감각이 발달되었고, 딸이 계산대 점원에게 돈을 직접 드릴 수 있는 정도로 성장했다. 이와 같이 가르침을 행하는 모든 활동에 대해서 나는 가능한 Why-How-So What 만능치트키를 적용해서 가르치려고 한다. 만능치트키를 사용하면, 내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가르침이란 행위가 정말로 단순하고 쉬운 행위로 느껴지기 때문이고 또한 가르침의 효과가 사용하지 않을 때보다 몇 배는 더 향상되기 때문이다.



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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