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없는 삶이 시작되다

by 상냥한 개인주의자


매달 25일, 혹은 30일.

그날만 되면 휴대폰 알림이 떴다. “급여가 입금되었습니다.”

나는 무심히 확인만 하고 지나쳤다. 어차피 들어올 돈이었고, 곧 빠져나갈 돈이기도 했으니까.


퇴사하고 창업자가 된 지금, 달력에서 월급날은 사라졌다.

그날이 되자, 텅 빈 통장을 보며 처음으로 이상한 허전함이 몰려왔다.

익숙했던 숫자가 찍히지 않으니, 마치 삶의 리듬이 끊겨버린 듯했다.

그때 알았다. 나는 돈 그 자체보다, ‘예정된 안정’에 기대어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안정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온 불안


기자 시절, 나는 늘 불안했다.

마감을 못 지킬까 봐, 취재가 펑크 날까 봐, 기사에 오탈자가 날까 봐.

그 불안은 힘들었지만 동시에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불안은 결이 다르다.

마감을 놓치면 혼나면 끝이었지만, 이제는 내 생계 전체가 달려 있다.

아무도 내 통장을 채워주지 않는다.

내가 쓰는 글이든, 준비하는 사업이든, 그 결과물이 돈이 되지 않으면 다음 달도, 그다음 달도 공허할 뿐이다.


얼마 전,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집었다가 계산대 앞에서 멈춘 적이 있다.

“괜찮을까? 지금은 집에 가서 밥을 해 먹는 게 낫지 않을까?”

불과 1,500원을 앞두고 망설이는 나 자신이 낯설었다.

예전엔 기사 마감만 끝나면 치킨을 시켜 먹곤 했는데, 이제는 치킨 한 마리 주문 버튼이 이렇게 무거운 결정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사소한 지출에도 망설임이 생겼다


예전에는 퇴근길 카페에 들러 아메리카노 한 잔 사는 게 아무렇지 않았다.


이제는 주문 버튼을 누르기 전 잠시 멈춘다.

“지금 이 4천 원이 정말 필요한 소비일까?”

스스로를 검열하면서, 작은 사치조차 쉽지 않아 졌다.


카페 커피 대신 믹스 커피로, 그 조차도 마시지 않는 날도 많아졌다. 저절로 커피 디톡스라니..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돈이 줄어든 게 아니라, 돈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이제 나는 소비를 단순히 ‘사용’이 아니라 ‘투자’로 생각하게 됐다.


커피 한 잔이 글을 쓰게 한다면, 그건 낭비가 아니라 내 하루를 지탱하는 작은 연료다.

이 기준 하나를 세우고 나니, 지갑을 열 때마다 덜 불안해졌다.


그래도, 내 이름으로 버는 날을 꿈꾼다.


월급날은 사라졌지만,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된 수입이 들어올 날을.


누군가 정해준 날짜에 맞춰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든 무언가가 누군가의 지갑을 열게 하는 순간.

그날의 알림은 아마 지금까지 받아온 월급 알림보다 더 기쁠 것이다.


나는 아직 그날을 맞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대하는 마음이 있다.

불안은 여전하지만, 그 불안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달력의 빈칸은 사실 공백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월급날이 사라진 달력 앞에서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안정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들어온 건 내 삶을 스스로 책임진다는 무게였다.

그리고 그 무게 덕분에, 나는 오늘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선다.

작가의 이전글하루에도 몇번씩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