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빚이 늘어나는 것은 왜 위험한가?
'가계부채가 치솟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문자 그대로를 이해하면 가계의 빚이 늘어나는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각종 언론을 비롯한 정계, 경제계는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가정의 빚이 늘어나는 것. 그건 왜 위험한 것일까?
일단 이를 알기 이전에
‘가계부실 위험지수(HDRI)’라는 경제 이론을 우선적으로 파악한 후에
실제 뉴스를 같이 보며 위험성에 대하여 이해해 보자.
채무상환 능력 평가의 척도, HDRI
가계부실 위험지수(HDRI)는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척도이다.
다시 말해 한 가정에서 빚을 얼마나 잘 갚을 수 있는지를
소득의 흐름, 금융 그리고 실물 자산을 고려하여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이는 원리금 상환비율(DSR)과 + 부채/자산비율(DTA)을 결합하여 산출한 지수이다.
원리금 상환비율(DSR: Dept Service Ratio)은 (뒤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가계소득 측면의 위험성을 측정하는 지표이며,
매월 소득보다 빚을 갚아 나가는 금액이 많을수록 해당 지표는 커지게 되어 있다.
부채/자산비율(DTA: Dept To Asset Ratio)은
말 그대로 자산대비 부채의 비율을 말한다.
보통 DTA 기준치인 100% 이하면, 자산이 충분한 수준이라고 고려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부실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해 DSR과 DTA를 구했다면,
DSR의 40%, DTA의 100%를 각각 매겨봐야 한다.
둘 중 어떤 하나의 값이라도 100을 초과 시, 위험가구로 분류된다.
- 둘 다 100을 넘는다면 ‘고위험가구’
- DSR만 100을 넘는다면 ‘고 DSR가구’
- DTA만 100을 넘는다면 ‘고 DTA가구’가 된다.
그러나 위험가구로 분류되었다는 것이 꼭 채무불이행과 같은 임계상황에 직면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는 그저 가계재무취약성을 평가하기 위한 척도이다.
가계재무취약성은 곧 재무 상환능력으로 이어지는 단서이다.
따라서 ‘소득이나 자산’이라는 분모보다 ‘대출 원리금’이라는 분자가 커지면,
채무상환능력이 줄어 재무건전성이 취약해지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은행은 점점 위험해지는 재무 건전성을 상대로
어떤 방식을 통해 대출을 해줘야 할까?
대출한도 산정기준인 DSR과 DTI란
은행이 대출한도를 정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으며 둘 다 소득을 통해 대출한도를 정한다.
첫 번째는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이다.
이는 차주의 상환능력 대비 원리금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개인이 받은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의미한다.
만약 올해 대한민국에서 정한 DSR 비중이 40%라면,
1년에 갚아야 할 금액이 연봉의 40% 수준을 넘지 않도록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DSR을 50% 이상으로 올리면,
최대 대출한도는 연봉의 50%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
총대출액이 1억 원 이상이면서, 대출을 새로 신청하는 사람이 DSR 규제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DSR이 40%라면 1년에 1억 원을 벌 때, 1년간 내는 대출 상환액은 4천만 원이 된다.
두 번째는 DPI(총부채 상환비율)이다.
DPI는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원리금상환능력을 감안하여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설정하기 위해 도입된 규제비율이다.
개인이 받은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을 분자로 삼는 DSR과 달리,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기타 대출의 경우, 원금을 뺀 이자만 포함된다.
*원리금이란, 원금에 이자가 합해진 금액을 뜻한다.
따라서 DSR이 DTI에 비해 좀 더 엄격한 잣대로 대출한도를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정확한 파악을 위해 '좀 더 엄격한 잣대'인 이유를 천천히 이해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 DTI는 원금상환액 중 주택담보대출 원금상환액만 포함하는 반면,
DSR은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모든 대출의 원금 상환액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출에는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자동차할부금융 등이 모두 포함된다.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2018년 하반기부터 차주의 부채상환능력을
더욱 포괄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DSR을 금융기관의 여신심사 과정에서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하는 이후 DSR 규제 적용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였다.
가계대출비율에 집계되지 않는 한국의 맹점; 전세
https://n.news.naver.com/article/050/0000068918?sid=101
가계대출을 관할하는 한국은행은 무려 여섯 차례 연속 3.5% 기준금리를 동결했었다.
이러한 금리상황 속, 각 가정들은 대출을 받아
내 집 장만의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가 여러 차례 동결되는 이유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나름의’ 안정을 되찾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체감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평균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를 맴도는데, 2023년 들어 물가 상승률은 3%를 웃돌았다가
6월에 2.7%를 되찾았다. 한마디로, 원화의 가치가 계속 추락했다는 뜻이다. 옛날의 만 원과 요즘의 만 원이 달리 느껴지듯이 말이다.
한국은행의 4번째 기준금리 동결 발표 이후기자와의 질의응답이 있었다.
Q) 4 연속 기준금리 동결입니다. 곧 금리 인하가 있을까요?
A) 3.75%로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1. 미국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고,
2. 물가와 가계부채 추이를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금리 인하의 확률은 희박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리 인하를 외치는 반면 한은에서는 금리 인상을 추진한다. 사실 대중과 한은의 의견이 엇갈리는 일은 잘 없는데 무언가 묘책이 있는 모양이다.
물가는 금리동결을 통해 안정을 되찾았다고는 하지만, 가계부채는 금리동결로 인해 어떠한 국면을 맞게 될까?
Q) 가계부채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A)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지난 수십 년간 위기가 있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상승해 왔습니다.
(연소득이라는 분모의 상승폭에 비해 부채라는 분자의 상승폭이 더 커져왔다.)
= 현재 가계부채비율이 103% 이상(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구간)이기 때문에, 이를 더 키울 수 없다.
(금리를 올리는 식의) 단기적으로 조정하려고 하니 부동산 PF문제, 역전세난, 새마을금고 일 등이 발생합니다.
= 중장기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여나가는 거시적 대응이 필요하다.
헌데 103%라는 가계부채비율에는 맹점이 있다.
한국에만 있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 대출, 바로 전세보증금이다.
전세는 사적 담보대출의 일종(집주인이 받은 대출)으로, 가계 대출에 포함된다. 수많은 전세 아파트들을 대출을 통해 구매했음에도 가계부채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다. 따라서 철옹성같이 빛나는 전셋집들은 사실 빚이라는 신기루의 향연인 것이다. 이 전세라는 항목을 가계부채 항목에 정식편입한다면? 이들은 말 그대로 사상누각이 된다.
*2023년 3월 6일 한국 경제원 Keri에서 발표한 추정 값에 따르면
전세보증금은 전체 가계대출의 36% (약 1058조)를 차지한다.
결론적으로 전세 자본금을 가계부채에 포함할 경우, 대한민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56.8%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게 된다.
*OECD 평균은 64.9%이며, 2위인 스위스는 131.6%이다.
전세자본금을 빼면 104.8%로, 4위를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303.7%이다. 우리가 벌어들이는 돈의 약 3배를 부채로 짊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OECD 평균은 120.4%인데, 한국인들은 무엇을 위해 평균의 2배에 웃도는 빚을 짊어지고 있을까?
이유에는 물론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재테크/투자’다.
국민적 정서도 "일단 내가 살 집은 있어야지. 내 집이 있어야 결혼을 하고 먹고살지."가 대다수이고, 부동산을 통한 인생역전을 노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그래서인지 자금의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금리를 동결하면, 가계부채가 완화되는가?
안타깝게도 금리를 3.5%로 동결하여 인상을 멈추니, 3개월간 가계부채가 대촉 늘어났다고 한다. 이는 2021년 문재인 정권 장시 부동산 가격이 대폭 올라산 선례를 보고 '이번에도 내려갔다가 급등하겠지'라는 마음에 집 값이 살짝 내려왔을 때 급히 산 듯하다.
라고 묻는다면, '예'에 훨씬 가깝다.
먼저 가계부채와 관련한 경제 이론적 논의는 대표적 소비이론인 '생애주기-항상 소득설'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이 가설은 소비선택을 설명하는 이론이지만, 결국 가계부채는 소득과 소비의 상대적 규모에 따라 결정되는 일종의 저축이므로 그 속성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론에 따르며 가계 즉 개인은 전 생애에 걸쳐 자신의 소득과 부를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생애 전체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수준에서 보시를 결정한다.
가령, 비교적 소득이 낮은 유년기와 노년기에는 소비를 줄이며,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중장년기에는 보다 많은 소비 및 저축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며 어때서 가계부채 증가를 걱정하는 것인가?
첫째, 경제이론의 가정과 달리 현실에는 미래의 불확실성, 가계 비합리성, 유동성 제약이 존재하며 가계부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평생소득을 예측한다 하더라도 모든 가계가 자산의 효용을 고려하여 현재 소비와 미래 소비를 합리적으로 배분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더불어 현실에서는 결국 만기에 이를 상환하지 못하는 부도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가계부채의 부실화는 부도 규모가 클수록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더 심각할 수 있으므로 전반적인 가계부채 규모 증가에 유의하는 것이다.
둘째, 가계부채 증가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급속하고 과도한 증가가 문제다.
앞서 말했듯 현재 대한민국의 가계부채는 금리동결과 함께 부동산과 맞물려 대폭 증가하는 추세이다. 사실 경제규모가 성장할수록 가계부채의 명목금액, 즉 부채의 절댓값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관리 가능한 수준의 가계부채 증가는 경제에 타격이 거의 없다. 은행의 입장에서도 가계가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면 그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이자수익을 얻게 되므로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상환능력을 초과하여 과도하게 부채가 증가하면 부실화의 가능성이 커지므로 이에 유의하는 것이다.
*은행은 예/적금과 조달받은 돈을 빌려주어 이자소득을 취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재무건전성 부실화로 인해 이자와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이자소득을 취할 수 없다. 거기에 더해 금융시장에 위기감이 조성된다면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
** 이는 실제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의한 뱅크런을 통해 전 세계가 경험한 사건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은행은 DSR과 DTI 같은 여러 가지 지표들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다.
셋째, 현재 상황과 같이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증가 아면 경제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업, 주택가격 하락 등 미래의 예상치 못한 거시경제 충격으로 인해 가계의 소득이나 보유자산 가치 등이 변화하는 경우 가계는 부채를 늘리거나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반응하는데, 이미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가계는 추가로 부채를 차입하는 것이 어려워 소비를 줄이게 된다. 실제로,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소비위축에 의한 실물경제 침체를 간접적으로 경험한 바 있다. 경제시장의 소비주체들이 위축되어 나라에서 발 벗고 나서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준 사례를 기억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가계들이 늘어나 경제 전체의 가계부채 규모가 커질수록 다가올 수 있는 충격이 소비위축을 통해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특히 자산가치 하락은 부동산담보대출 등 자산을 담보로 실행된 대출의 부실위험을 높여 금융기관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므로, 가계부채의 과도한 증가는 이러한 거시충격의 부정적 영향을 더욱 증폭시키게 된다.
DSR과 DTI 모두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이 공통되고 주요한 심사 기준 중 하나였는데, 이것이 부실해진다면 채무자의 가계건전성뿐만 아니라 금융기관 건전성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수능 출제문제의 변별력이 의심되는 상황과 같다. 대학 입장에서 학생들을 수능성적 중심으로 합불을 정한다고 가정하자. 지원한 모두의 성적이 1등급이 나와 유야무야 합불을 결정지었다. 막상 가르쳐보니 지적 수준이 대학의 평균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면 그 대학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먼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관리 가능한 가계부채는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부채 자체가 부실화되지 않도록 건전성을 시험하여 증가속도를 관리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가계부채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어떠한 목적을 위해 대출을 하려는 개인들에 대한 심사기준을 높이는 것에 불과한 까닭이다.
결국 가계부채는 소득과 소비에 의해 결정되므로, 소득증가를 통해 부채를 간접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처럼 가계실질소득을 높임으로써 가계의 기초쳬력을 키워, 소비여력을 확보하고 부채상환능력을 제고하는 선순환을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 금리동결은 오직 가계부채나 부동산 같은 단일문제에 의해 결정되는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가계가 끌어안은 부채비율과 액수를 감안했을 때 경제주체들이 능동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정부 도처의 지원과 별개로 개인들이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소비나 투자의 폭을 증대하여 보다 더 건전한 재무의 틀을 마련하였으면 한다.
이 글에 나온, 같이 공부하기 좋은 키워드
-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 역전세난이란
- 부동산 PF 문제
- 한은이 말한 새마을금고 문제란?
- 미국 금리변동을 한은이 의식하는 이유
참고하기 좋은 자료
- 한은금요강좌
- 한국은행 경제금융용어 700선
- ‘가계부채가 소비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유량효과와 저 량효과 분석)*강종구
- ‘가계부채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 미시자료를 중심으로’ *김현정, **김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