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엄마, 그때의 나, 그리고 지금

by 오후


나는 잘 때 엄마가 어둠 속으로 더듬더듬 이불을 덮어주는 느낌이 참 좋았다. 이상하게 그때만큼은 엄마가 날 걱정해주는구나 느껴졌었다. 별 것 아니지만 엄마에 관해 가장 따뜻하다고 간직된 기억이다.


연년생 동생이 태어나고서 바로 난 할머니 할아버지 방에서 자게 되었고, 다시 엄마 아빠와 같은 방을 쓴 것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나, 중학교 초라서 기억이 좀 또렷하다. 그땐 잠을 일찍 못 드는 경우가 많았어서 잠들기 전 오만가지 쓸데없는 상상을 하며 누워있곤 했는데, 그때 엄마가 이불을 덮어주시면 가만히 자는 척을 하며 그 손길을 느끼기도 했다. 아니면 어떨 때는 엄마의 손길에 살짝 잠이 깼다가 다시 잠든 적도 있지 싶다.


가끔은 길에서 엄마가 내 손을 잡고 걷기도 하고, 그냥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내 손이나 발을 쓰다듬으며 안쓰러운 표정을 짓기도 하셨다. 그런데 그럴 때는 엄마 표정이 왜 이렇게 지쳐 보일까, 슬퍼 보일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예뻐서 그런다는 느낌은 잘 받지 못해서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지난밤 난,

두 아이를 데리고 누우면서 나도 모르게 큰 딸아이의 손이 잡고 싶어 졌다. (두 아이 다 만지고 싶었지만 어린 아들은 잠들 때 건드리는 걸 싫어해서 손을 밀쳐낸다.) 딸의 작고 따뜻한 손을 잡고 있노라면 세상 다 가진 듯 행복한 기분도 들고,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고, 역시 내가 더 힘을 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는데..


'우리 엄마도 위로가 필요했 거구나!'


이제야 알게 되었다. 엄마는 그때, 사는 게 너무나 퍽퍽하고 달리 기댈 곳 없이 힘겨울 때, 내 손을 쥐며 견디신 거구나 하고...

철없는 자식을 보며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애잔한 눈빛이런 뜻이었나.

엄마에게는 절박한 순간들이 그렇게도 여러 번 있었구나 싶어서 마음이 찡해진다.


난 아직 부모님도 계시고 든든한 남편도 있고 몇 안 되지만 좋은 친구들도 있고, 나름 다 있는데도, 어떤 날은 아이들이 가장 위로가 되는 날이 있다.

뱃속에 품고 있다 낳은 내새끼들,

나만 믿고 세상에 나온 두 녀석들,

내가 없어지면 평생 나를 그리워해 줄 나의 아이들.

이 아이들에게 온전히 기댈 언덕, 따뜻하게 받아줄 품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땅 속으로 꺼지고 싶을 때 나를 가장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된다. 오랫동안, 가능한 오랫동안 내가 건강하게 버텨줘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한다. 아무리 고단하고 아파도 삶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때 우리 엄마의 마음을 감히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아마 그런 맘이셨을까 생각해보면 아프다. 하지만 어쩐지 늘 부족하다고 느껴졌던 내가 그때의 엄마에게 나의 존재로서 위로를 주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그때의 나를 조금은 긍정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내 나이 즈음의 엄마가 걸었을 길을 따라 걸으며, 나도 그때의 엄마를 조금씩 더 긍정하게 된다.

그렇게 엄마와 딸은 서로를 지금에야 마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