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by Sophie

막연하게 글을 써보자, 고 생각한 지 인생의 반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럼에도 난 오랫동안 용기를 내지 못했다.

갑자기 마음에 바람이 분 것은 수많은 누군가들의 말과, 뱉어낼 것들로 가득 찬 가을날의 치기 탓을 하기로.


굳이 거창한 목적 없이, 지금까지 수없이 고심해온 주제도 없이, 그냥 뭐든 덜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뭐라고.


하루 온종일 생각을 한다.

터무니없는 것들에 대해서. 가끔은 삶에 대해서. 때로는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자주 나에 대해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념들 속에서 쓸만한 말들 한두 개쯤은 나오겠지, 싶나 보다.


하필 이때에, 마음이 가득 차고도 텅 비어버린 이때에

하필 글을 쓰기 시작하는 건 어쩌면 크나큰 악수일지 모르지만.


일단은 뭐.


스무살 언저리에 내가 책을 쓴다면 이렇게 시작하고 싶다, 고 생각하며 작성했던 글을 발견했다.


나는 당신입니다.

오늘 하루도 조심조심 보냈을, 집에 돌아와서야 신발을 벗고 온 몸에 긴장을 풀었을 당신이요.

샤워기 물을 틀고 뜨거운 수증기 속에서 '아, 하루 중에 제일 행복하다' 했을 당신 말이에요.

아침에 아무렇게나 구겨두고 나간 이불 속에 들어가 잠시 핸드폰을 보다가,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드는, 그런 당신입니다.


나는 해결될 수 없는 고난을 겪지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지도,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도 않았어요.

그러나 나는 여전히 아프고, 두렵고, 때론 행복합니다.

세상에는 그런 것들 말고도 나를 폭풍 속에 휘말리게 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당신이 오늘, 아주 평범하고도 아주 파란만장한 하루를 보낸 것처럼요.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보통의 날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나는, 당신입니다.


아마도 내가 쓰게 될 글은 이런 것들.

아주 평범하고도

아주 파란만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