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여행기 두 번째
사는 곳을 떠나 잠시 다른 곳에 머무르는 것의 장점은 역시 직장 생활을 하거나 매일매일 집안을 돌보며 쌓이는 여러 가지 걱정거리와 스트레스로부터 잠시 멀어질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제한된 시간 동안 그 장소에서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고 생활반경에서 물리적으로 멀어지면서 자연스레 일상의 스위치를 끄게 된다는 점. 물론 그렇다고 평소에 나를 괴롭히던 문제들이 갑자기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잠시 그것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다시 숨을 고를 수 있으니까.
이번 치앙마이 여행에서 최대 고민거리는 '오늘 무엇을 먹을까'와 '어느 마사지숍에서 마사지를 받을까' 단 두 가지였다. 그래서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숙소에서 조식을 먹으며 그리고 선베드에 누워서 만화책을 보면서 이 두 가지를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고 그 시간이 그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가 없었다. 지금 최대의 고민거리가 점심 메뉴와 마사지숍이라는 건 그 외에 크게 신경 쓸 게 없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정오 즈음이 될 때까지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볼트로 오토바이를 불러 점심을 먹을 음식점으로 향했다. 그리하여 오늘의 메뉴는 블루 누들의 갈비 국수.
치앙마이 여행기를 보다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 국숫집은 올드타운에 위치해 당시 머물던 숙소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특별한 맛이라기 보단 저렴한 가격으로 간단히 한 끼를 때우기 좋은 음식점이었는데 한 가지, 에어컨 없는 야외 테이블에서 먹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내게는 이열치열의 메뉴로 기억된다. 치앙마이는 2월에도 한낮 기온이 거의 40도까지 거의 올라갔기 때문에 블루누들 이후에는 자연스레 에어컨이 있는 음식점으로만 발걸음이 향하게 되더라.
마사지숍을 예약하고 시간이 남아 근처에 있는 사원을 둘러보기로 한다. 예전에 방콕으로 여행 갔을 때는 함께 했던 동행인이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함께 온갖 사원과 유적지 투어를 다녔는데 이번에 사원은 딱 한 군데밖에 들르지 않았다. 그렇게 둘러본 왓 프라깨우. 산책하듯 가볍게 한 바퀴 둘러보기 좋았다.
덥기도 하고 시원한 아이스 라떼가 마시고 싶어서 들른 카페 Akha Ama Phrasingh. 마사지숍에서 가깝기도 하고 평이 무척 좋아서 가본 카페였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2층에서 아래층을 내려다보는 구조라 직원분들이 일하는 모습을 아무 생각 없이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마사지 예약 시간이 다 되었더라. 그냥 앉아만 있어도 시간이 잘 가는 카페였다.
이번에 치앙마이에서 들른 카페는 모두 커피 맛이 만족스러웠는데 디카페인 메뉴가 있는 곳을 한 번도 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태국에선 디카페인 커피가 한국보다도 인기가 없구나 했는데 다행히 하루종일 피곤하게 돌아다닌 덕분인지 카페인 때문에 잠을 못 자는 일은 없었다.
고양이가 있는 마사지숍이었는데 기다리는 동안 앞에서 계속 알짱거렸더니 귀찮다는 듯 소파 뒤로 가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더라. 야아아...
두 시간 동안 마사지를 받은 뒤 새사람이 되어서 나왔더니 어느새 근사한 노을이 지고 있었다. 국숫집과 아이스 커피, 마사지, 그리고 보너스로 아름다운 석양까지. 오늘의 할 일은 모두 완료했으니 조금 일찍 일정을 마쳐도 될 것 같았다. 볼트로 오토바이를 불러 뒷좌석에 앉아 숙소로 향하는데 한낮 기온 40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목덜미를 스치는 밤바람이 시원했다.
치앙마이 여행기 세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