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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ak KIM May 28. 2022

힘차게 달리는 기차를 보며, 순천 조곡동 철도문화마을

교통의 요지 순천에서만  수 있는 특이한 마을

무궁화호부터 KTX까지 모든 열차들이 정차하고, 서울로 가는 전라선과 부산으로 가는 경전선이 만나는 전남에서 손꼽히는 교통 요지인 순천, 그곳의 관문인 순천역 뒤편에는 정말 특이한 마을이 자리해 있다. 바로 일제강점기 당시 지어진 철도 직원들이 살았던 관사가 보존되어 있는 '조곡동 철도문화마을'이다.

우리 농산물의 수탈을 목적으로 한반도 곳곳에 철도를 개설한 일제는 순천은 물론 서울과 대전, 부산, 영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 철도관사를 설치했다. 특히 지방의 철도국이 있는 곳처럼 위상이 큰 지역에는 대규모로 관사를 지었는데, 지난 27일 필자가 방문했던 순천의 조곡동그러했다.

일본인을 위해 지어졌던 철도 관사의 역설

순천 조곡동은 철도 직원들이 거주했던 관사들이 무려 77동이나 지어졌는데, 모두 직급별로 등급을 매겼다. 4•5등 관사는 소규모이면서 단독 주택 형식이었으나, 6•7•8등 관사는 1개 동에 2개 관사가 붙어있는 '한 지붕 두 가족' 형식이었다.

더구나 관사를 철거하거나 수리하는 과정에서 슬레이트와 창호, 창틀, 붙박이장, 다다미와 같은 자재물들이 발견되었는데, 이곳의 관사들이 일본의 건축 양식을 반영했고, 일제가 우리나라를 영원히 지배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만들어졌음을 짐작하게 다.

그렇게 일제가 공들여지었던(?) 관사들은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모두 떠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불하되고, 지금은 철도와는 무관한 민간인들도 관사에서 살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철도인들의 삶이 드러나 있는 지붕 없는 철도박물관

서울과 대전, 부산 못지않게 철도가 발달했던 순천의 조곡동 철도마을에는 관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대부분 없어졌지만, 철도병원, 운동장, 수영장 및 목욕탕, 구락부, 철도 회관, 배급소와 같은 직원 복지 시설들도 지어졌다. 이는 기존의 시가지와는 차원이 다른 '철도 신도시'였음을 보여준다.

지금은 과거 순천 철도청장 관사가 있던 곳엔 주민들의 생활 유품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이, 7등 관사를 개조한 게스트하우스 옆엔 철도문화체험관이, 철도운동장엔 생활체육공원이 각각 자리 잡고 있어서 관사마을과 우리나라 철도의 역사를 둘러보며 체험할 수 있다.

기적소리와 함께 내려다보는 마을의 전경

조곡동에는 철도문화마을이란 이름에 걸맞게 기차를 타고 달리는 느낌으로 철도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명소가 있는데, 행정복지센터 근처에 있는 하늘계단을 따라 올라가거나 죽도봉 공원으로 가는 숲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기적소리 전망대'가 바로 그곳이다.

기찻길부터 건널목, 기차의 기관실까지 완벽하게 재현한  전망대는 마을 전체를 내다보면서 관사의 배치와 주택의 개량된 모습을 살펴볼 수 있고, 순천역에 착발 하는 기차들을 목격할 수 있다. 1층에는 주차장이 있으니 차를 타고 왔다면 이곳을 필수로 방문하길 바란다.

P.S. 철도문화마을로 가는 길

과거 철도관사가 자리했던 마을에 걸맞은 이곳은 철도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해 있다. 먼저 기차를 타고 온 경우, 순천역에서 내려서 관광안내소와 파출소를 지나 편의점 앞에서 우회전한 후 육교건너간다.

다음으로 고속•시외버스를 타고 온 경우, 아랫장 방면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되데, 특히 순천 77번과 같이 순천역 서측 정류장을 경유하는 버스를 타면 더욱 편하다. 이후는 기차를 타고 내린 사람들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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