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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덩 Feb 27. 2023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당신이 던져야 할 질문

돈, 돈, 돈이 좀 더 많다면


어릴 때 이미 도덕책 같은 곳에서 물질만능주의, 황금만능주의에 대해 배우며 이를 경계해야 할 삶의 태도로 배웠던 것 같다. 하지만 배금주의는 시간이 감에 따라 계속 심해져만 가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모든 것이 돈으로, 숫자로 치환되는 세상을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잘 살아보려고, 좀 더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돈을 좇는다고 말한다. '돈이 조금만 더 있다면 삶이 좀 더 나아질 텐데'는 누구나 할법한 생각 아닌가. 돈이 많으면 정말 행복해질까? 어느 정도 정비례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이미 많지만, 연구에서도 술자리에서도 이미 케케묵은 질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실 인간의 마음을 충족시키는 조건은 그리 복잡하지도 않다. 사람들 개인마다, 또 문화권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보편적으로 행복감과, 안녕감과, 인간의 행동과 동기를 이해하고 설명하는데 중요한 몇 가지 욕구들이 있다. 이를 기본적 심리 욕구라고 한다. 가장 잘 알려진 인간의 기본심리욕구에 대한 이론 몇 가지만 살펴보면,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하며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삶과 행복을 위해 충족시키고자 위해 애쓰는 기본 욕구를 몇 가지로 추려볼 수 있다.




인간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기본적 심리 욕구


앞서 언급한 기본적 심리 욕구는 사회과학에서 또한 널리 알려진 자기 결정성 이론 (Self-Determination Theory)의 하위이론 중 하나다. 이 이론에서는 인간의 기본적 심리 욕구로 세 가지를 꼽는데 바로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이다. 자율성이란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을 스스로 판단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결정하는 것을 뜻한다. 즉 내 삶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자 하는 욕구다. 유능성이란 사회적 환경 안에서 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욕구다. 예를 들자면 직장에서 일 잘하고 싶고,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그런 욕구다. 관계성은 다른 사람과 의미 있고 친밀하고 정서적으로 소통하는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다. 


또 하나 잘 알려진 욕구 이론 중 하나는 마슬로우의 욕구 단계 이론이다. 마슬로우는 욕구에 단계가 있음을 강조했다. 가장 일차적인 생리적 욕구 다음으로 안전감 또는 안정성에 대한 욕구, 애정과 소속감에 대한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구성돼 있다. 아래에 있을수록 더욱 근본적인 욕구에 해당되며 아래에 있는 욕구를 충족해야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말년에 마슬로우는 자아실현을 넘어 타인과 세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자기초월의 욕구를 가장 위에 추가하기도 했다. 


마슬로우의 5단계 욕구. Source: https://www.simplypsychology.org


마지막 예를 들자면, 현실치료를 주창한 글래서 박사는 선택이론을 바탕으로 다섯 가지 기본적 욕구를 정리했다. 소속감의 욕구, 의 욕구, 즐거움 및 재미의 욕구, 자유의 욕구, 생존의 욕구가 이에 해당한다. 


이렇게만 세 가지 이론만 간단하게 살펴봐도 공통점이 금방 눈에 보인다. 현실치료의 자유에 대한 욕구는 자기결정성 이론의 자율성과 겹쳐진다. 마슬로우 이론의 자아실현 욕구 역시 자율성 욕구와 유능성 욕구를 포함하고 있다. 세 가지 이론에서 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욕구는 바로 관계에 대한 욕구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현실치료의 힘에 대한 욕구는 마슬로우가 얘기한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 그리고 자기결정성 이론에서 말하는 유능성과 오버랩된다.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욕구는 사랑과 관계에 대한 욕구, 자율성 및 삶의 통제권에 대한 욕구, 유능감을 느끼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와 그 외 몇 가지 추가적인 욕구로 추려진다. 결국 인간이 추구하는, 그리고 욕망하는 거의 모든 것들은 위 세 가지 이론이 얘기하는 욕구 중 하나로 수렴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기본심리욕구를 통해 인간의 모든 행동과 동기를 설명할 수 있기도 하다. 돈을 더 벌고자 하는 욕망과 그를 이루기 위한 일련의 행동들도 물론 마찬가지다. 




돈, 그리고 내면의 욕구 


너무나 당연하게도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망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에 속하지 않는다. 돈은 욕구를 이루어주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돈을 더 많이 버는 걸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한 질문은 실은 "더 많은 돈을 통해 내가 충족시키고자 하는 심리 기저의 욕구와 소망은 무엇인가?"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돈이 있어야 관계성의 욕구를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돈이 좀 있어야 주변에 사람도 붙고, 밥과 술도 사고, 인간관계와 인맥이 유지된다는 생각이다. 비슷하게 돈을 통해 사랑의 욕구를 채우려는 이들도 있다. 또 다른 이는 돈을 많이 벎으로써 유능감을 충족시키고자 할 수도 있다. 연봉이, 매출액이 곧 능력으로 결부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또 어떤 이들에겐 돈이 곧 안전감이기도 하다. 특히 어릴 적 가난으로 인한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다면 돈은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고 안전한 영역을 구축하고자 하는 욕구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돈을 통해 자율성을 추구하고자 한다. 자율성이란 앞서 말했듯 내 삶을 내가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 결국 '자유'다. 사람들이 흔히 '경제적 자유'를 달성해서 그렇게 확보한 시간과 재력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살겠다고 얘기할 때, 이게 바로 자율성에 대한 추구인 셈이다. 




돈이 수단에서 목적이 될 때 


문제는 돈이 수단인 걸 지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뿐더러, 돈이 수단임을 알고 있어도 그 수단을 추구함에 매몰되는 순간 목적이 상실되거나 침해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고 경제적 자유를 이루어서 기본적 심리욕구를 충만하게 충족시키고 사는 사람들보다는 돈이라는 수단을 좇다가 유능감과 자존감은 땅으로 처박히고, 돈을 벌기 위한 일들에 매여서 현재의 자율성을 잃어버리고, 돈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가족, 친구 등 다양한 관계가 해쳐지는 경우들도 많다. 


이는 모두 수단인 '돈'이 목적인 '욕구의 충족'보다 우선시 되고 마는 주객전도다. 그리고 이와 같은 주객전도는 돈을 통해 내가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선명하지 않을 때 주로 일어난다.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한 욕구의 결핍 및 충족에 대한 깊은 고찰을 생략하고 돈을 좇기 시작할 때, 본질이 흐려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돈을 통해 어떤 욕구를 이룰지가 아니라, 특정한 액수의 돈과 자산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가 되면, 그 자산에 이르는 지난한 과정 동안 그 사람은 결코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돈 그리고 돈의 과시가 목표가 될 경우 그 사람은 행복으로부터 점점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번 명품을 구매한 사람은 동급의 제품을 또 살 때에 첫 구매에서 느꼈던 정도의 행복을 얻을 수 없다. 잘 알려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대한 얘기다. 결국 돈을 통해 충족시키고자 하는 기본적 심리욕구에 대한 고민과 이해 없이 돈 자체에 대한 추구와 목적화는 우리의 결핍을 충족시킬 수 없다. 




돈이 많은 것마냥 만족스럽게 사는 정신승리법


돈이 나쁘다고 하는 얘기도 아니고, 돈 더 벌자는 게 잘못됐다는 것도 아니다. 돈 벌 궁리는 안 하고 브런치에 이런 글이나 쓰고 있는 나도 당연히 돈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돈에게는 잘못이 없다. 하지만 돈에는 분명 힘이 있는 것 같다. 자신을 추구하는 이들로 하여금 왜 돈을 추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본질을 잊게 만드는 힘이. 


돈을 통해 얻는 행복과 삶의 만족감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큰돈을 써서 살 수 있는 행복감도 있다. 이를테면 고급 자동차를 구매하는 일이 그럴 수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아주 적은 돈을 써서 살 수 있는 행복감도 있다. 우리가 스스로 충족시키길 원하는 욕구를 더욱 섬세하게 이해할수록 이런 소비를 늘릴 수 있다. 가격 대비 행복도가 높은, 즉 가행비 높은 소비라고나 할까. 뿐만 아니라 나의 기본적 심리욕구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꼭 돈이라는 수단을 거치지 않고도 그 욕구의 충족에 다가갈 수도 있다. 


결국 가행비가 높은 소비를 늘리고, 돈을 수단으로 삼지 않고도 내 욕구에 민감하게 귀를 기울이고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고 있을 때, 우리는 어쩌면 돈을 그렇게까지 많이 벌지 않고도 돈을 많이 번 것만큼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이와 분식점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정답게 얘기를 나누고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갈 때, 돈은 많이 주지만 나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곳이 아니라 나의 가치를 알아주고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곳을 택할 때, 나의 능력을 활용하여 다른 사람의 이익을 도모하고 그들로부터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받을 때, 내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연결될 때, 우리는 행복에 좀 더 가까워지고 있진 않을까. 


정신승리 아니냐고? 절반은 그럴지도. 하지만 여전히 나머지 절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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