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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싸라 Dec 29. 2023

반드시 '어른'이 필요해요

PC/콘솔 온라인 vs 모바일

 한 5, 6년 전부터인가 매년 12월 크리스마스이브 무렵이 되면 서너 가족이 모여 함께 노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어른뿐 아니라 3학년부터 중1까지 애들도 함께이기에 모이면 나름 대규모라 장소를 구하는 게 항상 일이다. 올해는 특히 리조트 예약부터 애를 먹었다. 원했던 리조트 예약에 실패해 급하게 다른 장소를 알아보기도 했었고, 하필이면 딱 그 기간에 갑자기 일이 생겨 오지 못한 친구가 있는 등 중간에 우여곡절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고자 하는 꺾이지 않는 마음'이 그 모든 우여곡절을 헤치고 세 가족을 강원도의 한 리조트에 모이게 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위해 각 가족은 몇 가지 아이템을 준비해 왔다. 풍선을 겹겹이 쌓아 만든 멋진 트리와 'MERRY CHRISTMAS' 글자의 풍선, 김영모과자점에서 준비해 온 이쁘고 맛있는 케이크 그리고 산타 할아버지가 건네줄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딸은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이젠 산타할아버지가 아니라 부모님이 준비해 주는 게 아닌지 반신반의하고 있지만)로 닌텐도 스위치의 '커비의 드림뷔페'를 갖고 싶다고 몇 차례 말한 적 있다. 딸은 그 내용을 편지에 써 산타신발에 넣고 집에 있는 작은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에 걸어놓았다. 심지어 그날 다른 가족들과 강원도의 리조트에 가니깐 거기로 부탁한다는 내용까지 담아서 말이다. 산타의 친구(?)인 나는 당연히 이 요청을 처리하기 위해 용산에 위치한 닌텐도 샵에 전화했고, 케이스에 담긴 게임패키지를 살 수 있는지 물었다.


"저, 그 게임 혹시 다운로드 말고 케이스에 담긴 것도 파나요?"


"아, 고객님. 케이스도 팔긴 하는데 이 상품은 칩이 별도로 나오지는 않아요. 케이스 안에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key code가 담겨 있으니 스위치 본체에서 e-shop으로 들어가서 입력해서 사용하면 됩니다."


"아, 네. 선물로 사용할 거라 케이스만 있다면 괜찮습니다. 설명 고맙습니다."


"참, 혹시 이런 방식으로 사용하신 적 있으신가요?"


"아뇨, 스위치 본체에서 e-shop으로 바로 들어가 다운로드하거나 칩 구매해서 넣어서만 사용해 봤어요. 혹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나요? 아, 참 그리고 한 번씩 온라인 연결 위해 온라인 스토어에서 한 달 이용권 사용한 적은 있어요."


"아, 고객님, 온라인 이용권 사용한 적 있으시면 이용하는데 특별한 문제가 있지는 않습니다. 이게 18세 이상 아이디로 연결이 돼 있어야 key code 등록이 가능하거든요. 근데 이미 온라인 이용권으로 등록하셨다면 성인 계정으로 사용하고 계시기에 문제없습니다."


 친절한 점원의 설명과 케이스가 준비돼 있다는 그의 설명에 우리 부부는 한 달음에 용산으로 달려갔다. 산타가 올해에도 여전히 우리 딸의 소망을 들어줄 수 있다는 안도감에 기분 좋게 구매했다. 근데 집으로 오는 길에 점원의 설명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게임은 분명 '전체이용가'인데 성인계정으로만 등록이 가능한다는 설명을 들으면 다른 고객은 어떤 생각이 들까? 지금은 폐지된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의 대상에 온라인에 연결해 플레이할 수 있는 콘솔게임이 포함돼 있기에 그러려니 해야 하는 걸까? 같은 게임이라 할지라도 플랫폼에 따라 청소년 계정으로 접속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뭐 별 문제 아닌 걸까? 모바일과 패드는 아무 문제 없이 접속하도록 해놓고 PC와 콘솔을 이렇게 제한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걸까?


 크리스마스 아침 딸을 깨우며 못 보던 '선물'을 가리키며 화들짝 놀란 몸짓으로 축하하며 무엇인지 얼른 꺼내 보라고 얘기했다. 딸은 자기가 원했던 '선물'이라며 환호했다. 곧바로 포장지를 뜯고 케이스를 열며 칩을 찾았다. 칩 대신 덩그러니 Key code가 찍힌 종이 한 장을 발견하곤 내게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었다. 난 스위치를 가져와 '나의 계정'으로 들어가 등록하고 딸에게 건넸다. 딸은 환호하며 리조트 거실로 나가 다른 가족들의 언니들을 찾으며 선물을 자랑했다. 그리고 곧바로 TV와 연결해 아침 식사가 준비될 때까지 셋이서 즐겁게 즐겁게 플레이했다.   



*셧다운제: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의 심야시간(00시-06시) PC온라인 및 콘솔 온라인 게임 이용 금지. 2022년 1월 1일 폐지.

**선택적 셧다운제: 청소년 본인 혹은 그들의 법정대리인이 요청하면 게임의 이용시간 등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제로 PC온라인 및 콘솔(온라인으로 연결된 게임)이 그 대상임. 여전히 적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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