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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영어 공부하기 (Ep.5)

Ep. 5 주어와 동사만 잘 찾아도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by 이싸라

외국어 공부는 쉽지 않습니다. 모국어가 아니면 항상 느껴지는 벽이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조금이라도 공부하려 노력합니다. 가령, 그 전날 있었던 주요 기사 5개를 몇 줄로 요약한 newsletter를 매일 아침에 봅니다. 새로운 표현 혹은 단어는 거의 항상 나옵니다. 그럴 때마다 단어장에 정리해 외웁니다. 물론 그때뿐입니다. 항상 잘 까먹기 때문에 예전에 봤던 표현이라도 가물가물하면 또 정리합니다.


제가 다닌 회사는 직원들에게 영어수업을 지원해 줍니다. 하지만 연속으로 하면 눈치가 보입니다. 그래서 퐁당퐁당으로 기회만 오면 곧바로 신청합니다. 수업은 6개월 동안 매주 1회씩 50분간 진행됩니다. Bilingual 강사분이 준비해 온 자료를 같이 읽으며 대화를 나눕니다. 이때 살아있는 표현들을 많이 접합니다.


한 번씩 영어로 된 책도 사 세월아 네월아 하며 읽습니다. 두툼한 책을 펼쳐 들면 머리가 살짝 아파옵니다. 하지만 그냥 읽습니다. 근데 신기하게도 별 에너지를 안 써도 쉽게 이해될 때가 있습니다. 바로 문장 구조가 눈에 쏙쏙 들어올 때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Main이 되는 S와 V가 한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그리고 V 뒤의 C(보어), O(목적어), OA(목적어+부사구), OO(목적어+목적어), 혹은 OC(목적어+보어) 역시 바로 보입니다. 이럴 땐 살짝 희열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반대일 때도 있죠. 저도 짜증이 납니다. 하지만 이때 저는 한 가지만 집중합니다. 이 문장의 S와 V가 뭐지?


전 아직도 S와 V를 찾는 연습을 합니다. 그 문장이 이해 안 될 때 말이죠. 근데 사실 이건 영어로 된 문장을 볼 때만이 아닙니다. 한글로 쓰인 글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을 보면 습관적으로 주어와 동사부터 찾습니다. 그리고 제가 쓰는 문장이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주어와 동사부터 맞는지 확인합니다. 생략된 경우 역시 많습니다. 그럼 무엇이 생략됐는지 찾으려 합니다.


말할 때는 더 심합니다. 뭔가 더 설명하고 싶으면 which, that, where 등으로 잇고 얘기합니다. 혹은 명사들의 나열 또는 phrase(구)로도 설명합니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면 같은 과정을 또 한 번 반복합니다. 아마 글로 적는다면 비문 투성이 일 겁니다. 실전은 '엉망진창 와장창'입니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이 문장의 가장 중요한 S와 V만 놓치지 않는다면 난 이걸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 거죠. 그래서 돌고 돌아 다시 S와 V입니다. 딸과의 마지막 영어 수업은 이 S와 V에 대해 조금만 더 다뤘습니다. 몇 가지 예시를 갖고 딸에게 설명을 시작합니다.


저: 딸, 문장 안에 보면 he, she, it, they 이런 거 나오잖아.

딸: 응, 그렇지. 그, 그녀, 그거, 그들 이런 거 아냐?

저: 어, 맞아. 근데 이게 왜 나올까?

딸: (이걸 왜 나한테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저: 우리가 말할 때마다 누군지, 무엇인지에 대해 그 이름으로만 말하진 않잖아. 그럼 오히려 더 복잡할 때도 있고 말이야. 딸도 친구랑 놀다 보면 '그거'라고만 지칭해도 친구들도 딸도 찰떡 같이 알아듣잖아. 간단하게 지칭하기만 해도 말이야.

딸: 그렇지.

저: 이게 딸이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대(신해서 사용하는) 명사야. 어려운 용어로 표현하면 말이야. 앞에서 얘기했던 물건 혹은 사람 이름(명사)을 대신해서 지칭하는 명사. 그래서 대명사야. 성별 혹은 사람 사물에 따라서 하나냐 둘 이상이냐에 따라서 다른 걸 선택해 쓰는 거지. 자, 그래서 앞으로 문장을 볼 때 이런 대신해서 사용하는 명사들을 보면 이게 무엇을 지칭하는지 확인하는 연습을 해볼까 하는데 괜찮아?

딸: (뭔가 좀 떨떠름 하지만) 그래.


Another fast-food chain is battling e-coli(대장균). This time, it’s Burger King doing a double-take at its product.


위 문장에서 its가 뜻하는 것은 'Burger King의'입니다. 바로 앞에서 한번 나왔으니 뒤에서는 시원하게 대명사로 지칭합니다. 오, 뭔가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딸은 앞으로 다음과 같은 사례도 볼 겁니다. 꼭 '앞에 나온 명사를 반복'한다거나 '그것'으로 옮기기에는 뭔가 좀 아리송해 보이는 예들을 말이죠. 그땐 이러겠죠? 도대체 이건 뭐지?


It ain’t what you don’t know that gets you into trouble. It’s what you know for sure that just ain’t so. (by Mark Twain)


자, 이제 진짜 마지막입니다. 딸이 보는 reading gate의 글들을 보면 항상 새로운 단어가 나옵니다. 그래서 딸은 싫어합니다. 근데 딸이 더 싫어할 때가 있습니다. 분명 아는 단어가 나왔는데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때입니다. 분명 모든 단어를 아는데 문장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건 바로 동사와 전치사가 함께 나왔을 때입니다. 예전에 '숙어'라고 배웠던 표현들입니다. 합쳐져서 다른 뜻으로 사용될 때죠.


저: 딸, 어떤 문장을 보면 다 아는 단어인데도 이해가 안 될 때 있지?

딸: 응, 그럴 때 있어.

저: 지금 문장도 보면 다 아는데도, 이것(V+prep.) 때문에 잘 모르겠지?

딸: 맞아. 뭔 말인지 모르겠어.

저: 음... 왜 우리말도 합쳤을 때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잖아. 너희들이 쓰는 '어쩔 TV'도 그렇지만 가령 '입이 무겁다'하면 입이 진짜 무겁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니잖아. 말을 잘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이렇게 다르게 한 거지. 영어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거든. 지금 보고 있는 동사에 다른 단어(전치사)가 붙어 있을 때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때가 있거든. 새로운 단어 혹은 표현이구나라고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좀 더 쉽지 않을까?

딸: (또 뭔가를 외워야 한다는 생각에) 치, 이게 뭐야.


이번에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뭔가 속 시원히 짚고 넘어가진 못한 것 같아 찜찜합니다. 하지만 딸에게는 이제 시작입니다. 영어를 쓰려고 노력하는 한 이런 기분은 계속 들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 회로를 돌리고 싶습니다. 새로운 표현을 발견할 때마다 즐거운 기분이 들었으면 하는 마음 말에요.


원래는 요렇게 '딸과의 영어공부 편'을 마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딸과 와이프가 중단된 수업 언제 다시 하냐며 계속 압력을 가합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고객님께서 원하신다는데. 다시 한번 딸과 시원하게 영어공부하며 놀아야죠. 아, 근데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합니다.


아래는 제가 최근에 발견한 새로운 표현 2가지인데요. 요 둘을 보면서 저희가 작년에 같이 진행했던 '딸과의 영어공부 편'은 잠시 쉬어가겠습니다. 마냥 놀든 이렇게 공부하며 놀든 딸이랑 같이 보내는 시간이 항상 즐겁기를 바랍니다. 이 시리즈는 당분간 수업을 진행한 후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참, 요다음엔 브런치북으로 연재할 가칭 '내 아이 온라인게임 사용법'입니다.


Growing economy uncertainty is going to take a toll on the advertising industry this year.


Boeing’s Starliner Astronauts are steering clear of U.S. politics amid delays. NASA astronauts sidestepped comments from Trump and Musk about their postponed return to space.


위 문장에서 'take a toll'은 '타격/영향을 주다'입니다. 항상 make an impact on 만 보다 이런 다른 표현을 보니 새로웠습니다. 그다음에 나오는 문장의 'steer clear of'는 '~에 가까이 가지 않다. 피하다'입니다. 각각의 단어만 보면 제 수준에서는 절대 이해되지 않는 건데요, 한 무더기로 보고 찾아보니 바로 이해됩니다. 아, 이 상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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