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던 학과에 입학하고 전공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다. 안일했다. 이제 나는, 꿈의 최고치가 결국 여기인가, 마음이 갑갑하여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끝없이 도전해도 과정과 결과가 부담스럽지 않아야, 성장의 최고치를 찍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우연히 오드리 햅번의 성장기를 읽었다. 발레리나를 꿈꿨으나 발레를 하기에 너무 큰 키를 가지고 있었던 그녀는 현실을 직시했고, 발레로는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삶의 방향을 틀었다. 우리가 젤라또를 먹으며 스페인 계단을 걷는 앤의 개구진 표정을 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그녀의 결단 덕분이었다.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면 나는 어디로 길을 내야 하는 걸까. 비전의 성장판이 닫혔다는 생각에 마음이 어렵다. 나는, 꿈을 잃어버린걸까. 201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