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가족에 관한 드라마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박인제 외, 2023)을 뒤늦게 봤다. 작년 이맘때 즈음 화제로 만발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뒷북 감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20부작인 <무빙>은 각 캐릭터별 서사를 몇 회씩 집어넣는 방식으로 여러 등장인물의 전사와 현재를 소개하고 또 그들의 미래가 좋은 방향으로 향하길 염원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아마 시리즈 드라마치고는 꽤 길었던 20부작이라 가능했던 것 같다.)
(*스포 약간)
처음에는 10대 친구들의 로맨스인 줄 알았다. 각자 비밀이 있고 또 초능력도 있지만, 서로 사랑을 쌓아가고 우정을 느끼면서 자연스레 초능력도 나오고 위기도 극복하다보다 싶었는데, 갑자기 옛날, 이 소년소녀들의 부모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렇게 80년대와 90년대의 풍경이 나타나면서 마치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듯 복고적 상황을 맞이한다.
결국 이 드라마는 가족이야기다. 80년대와 90년대를 지나면서 엄마와 아빠가 만나 사랑을 나누고 아이가 태어나는 이야기. 초능력자인 부모가 초능력 때문에 (거꾸로) 힘든 삶을 살면서 자식에게는 이 초능력을 물려주고 싶지 않거나 아니면 초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이야기. 이건 마치 <국제시장> 같은 영화에서 혹은 우리네 부모님들이 정치적 격변기를 살면서, 가난을 짊어지고 살면서 자식들에게는 그것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것과 아주 비슷하다. 단지 그게 초능력이냐 아니냐였을 뿐.
이 드라마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조인성 배우를 보면서, 과연 <무빙>의 김두식 역할을 조인성 말고 다른 배우가 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 냉혈한 임무를 맡아야 하지만 차갑지 않고 따뜻하며 코믹함을 가진 배우. 게다가 하늘에서 내려올 때 그 멋진 다리를 가진 배우가 조인성 말고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예전에 <괴물 2>의 시나리오를 담당했고 그 시나리오에서는 청계천에서 괴물이 등장한다는 설정이었다는데, <무빙>의 청계천 에피소드를 보면서, 혹시 <괴물 2> 시나리오와도 비슷한 게 아니었을까? 또는 <괴물 2>가 무산된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굳이 청계천 에피소드를 넣은 건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