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물을 수 없었던 것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연출 송연화/극본 한아영, 2024)는 프로파일링 형사 장태수(한석규 분)와 그의 딸 장하빈(채원빈 분)의 이야기다. 장태수는 장하빈이 어릴 때부터 의심해 왔다. 아들인 장하준(장하빈의 남동생)의 죽음에 장하빈이 연루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프로파일러인 입장에서 모든 정황은 장하빈이 동생을 죽인 것으로 나왔나 보다.
사실 장하빈은 공감능력 제로의 사이코패스다. 그런 딸의 성정을 알기 때문에 장태수도 힘들어했고 (그리고 딸을 힘들게 했다) 아내인 윤지수(오연수 분)도 힘들어했다. 물론 장하빈도 힘들었던 것 같은데 진짜 그런지는 모르겠고.
그러는 와중에 연달아 살인 사건이 터지고 그 사건 중심에는 장하빈이 있다. 장태수는 또다시 의심한다. 정말 장하빈이 살인자일까?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그 옛날의 동생 죽음과도 관련이 있을까?
최종화인 10회에 가서야 아빠는 딸에게 묻는다. "네가 죽였니?" 그리고 딸은 대답한다. "아니." 정말 묻기 힘든 말이다. 아빠는 만에 하나 딸이 살인자일까 봐 걱정돼서 물어보지 못하고, 딸은 그런 의심 때문에 질문하지 못하는 아빠가 밉다.
과연 드라마에서만 그럴까? 일상에서도 묻지 못하는 게 많다. 사실을 알게 되는 게 두려워서 말이다. 의심은 되는데 혹은 짐작은 하는데 차마 묻지 못한다.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진실이 될까 봐, 진실을 알게 될까 무서워 묻지 못한다.
마음 떠난 애인에게 이젠 내가 싫어졌냐고 새로운 사람이 생겼나고 (차마) 물어보지 못하는 것처럼. 시험을 본 뒤 분명 떨어졌을 것 같은데 바로 확인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것처럼.
근데 가족의 일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 있겠지 싶다. 나 또한 물어보지 못한 말들이 많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