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시대의 깜찍한 스릴러
넷플릭스에서 <그녀가 죽었다>(김세휘, 2024)를 봤다. 가장 요즘의 분위기를 담은 스릴러가 아닐까 싶다. SNS와 인플루언서와 관음증과 어그로, 사이코패스. 젊은 연출자가 젊은 감각으로 만들었다고 보면 될 듯.
(*스포 있음)
처음에는 <나를 찾아줘>(데이비드 핀처, 2014)의 오마주인 줄 알았다. (전체적인 내러티브 구조는 비슷하다) 구정태(변요한 역)의 비밀 창고는 <베스트 오퍼>(주세페 토르나토레, 2014)에 나오는 비밀의 방 같기도 했다. 게다가 신혜선이라는 배우의 존재가 스포일러처럼 다가왔다. 주연급의 신혜선 배우가 맡은 한소라가 그렇게 일찍 죽다니, 설마 안 죽은 게 아닐까?라는 가성비 법칙 같은 것 말이다.
적당히 재미있고 자극적이지만 어디서 본 듯한 내용이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줄 알았는데, 지난 5월에 개봉한 영화였다(관객 수는 123.7만 명). 몇몇 대사와 설정은 다른 영화와 차이를 만들어냈다.
예를 들면, 한소라(신혜선 역)가 마지막에 구정태의 눈을 찌르는 장면 같은 것. 그건 한소라가 계속해서 트집을 잡던 "네가 보지만 않았어도"에 따른 응징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의 집을 훔쳐보던 구정태를 벌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살인 누명을 벗을 수 있도록 도와준 오형사(이엘 역)에게 구정태가 고맙다고 말하자, 오형사가 했던 말. "당신은 피해자가 아니라 범죄자다!" 이때, 관객이 주인공인 구정태의 입장에서 구정태를 (일정 부분) 응원했던 심리가 파괴된다. 구정태 스스로도 자신을 변명하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구정태는 살인자가 아닐 뿐이지 관음증 스토커였던 건 사실이다.
처음에는 여러 영화를 짜깁기한 건 아닐까 싶었지만, 이런 반짝이는 설정이 주요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공포와 불안을 잘 뽑아낸 스릴러다. 한 가지 재밌는 건, (나만 재밌을 수도 있지만) 변요한 배우는 2015년에 개봉한 <소셜포비아>(홍석재, 2014)에서도 살인사건을 목격한 주인공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그 영화 역시 당시 문제가 되기 시작한 인터넷 생방송과 악플, 어그로, 현피 같은 걸 주제로 했다. 10년 만에 비슷한 영화의 주인공으로 재등장한다.
그나저나 <나를 찾아줘>, <베스트 오퍼>, <소셜포비아> 모두 비슷한 시기에 나온 영화네. 각본까지 쓴 연출자에게 2014년은 어떤 해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