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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고실험 Aug 18. 2022

당신은 꿈을 이루셨나요?

꿈이 무엇인지 물으면 나이마다 다르게 이야기를 해요.

어렸을 때는 경찰관, 소방관, 대통령, 과학자, 화가 등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또 정의나 낭만에 관한 꿈을 이야기하죠.

약간의 나이를 먹고 현실을 조금 접하다 보면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등 인정을 받기 위한 꿈을 가지기 시작하는 거 같고요.

더 나이를 먹으면 가족이 건강하기, 하는 일이 꾸준히 이어지기 등 주어진 삶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하는 꿈이 생기는 거 같고요.

그보다 더 나이를 먹었을 때는 제가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쉽게 말을 꺼내기가 어렵네요.


조심스럽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소박한 꿈을 꾼다고 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대통령이 되고 싶다던 사람이 나이를 먹고 나면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그러고, 또 거기서 더 나이를 먹으면 정년까지 조용히 지내다가 퇴직하자는 말을 하고.

보통은 세상에 찌들어가면서 점점 꿈을 잃는다고 표현을 하는 거 같아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렇잖아요.

어릴 때는 뭐가 뭔지 모르니까 꿈을 이야기하는 게 커요.

경찰관이 왜 되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멋있잖아요!라고 대답을 하고.

실제로 강력계 형사 중 일부는 집 창문을 튼튼한 십자 방범창으로 바꿔놓고 현관에 자물쇠를 대여섯 개씩 채우고 그러고도 퇴소한 범인들이 집에 찾아올까 봐 가족들이랑 따로 떨어져서 살아가는걸요.

어린 친구들이 모두 꿈을 이룬다고 하면 우리나라에는 대통령이 해마다 최소 수천 명은 나와야 할 거고요.


현실을 살다 보면 보다 많은 정보를 얻게 돼요.

사업을 하면서 잘 나가다가 어느 순간에 폭삭 망해서 빚쟁이들에 쫓기는 삶을 사는 사람도 보게 되고.

소방 공무원 합격해서 축하를 받았던 사람이 구조활동중에 화를 입었다는 말도 들리고.

오히려 월급은 얼마 안 되지만 꾸준히 오랫동안 공무원 생활을 해서 결국엔 남부럽지 않은 연금을 받으며 풍요로운 노후를 살아가는 공무원도 보게 되고.

그런 삶을 사는 걸 부러워하고 꿈꾸게 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요.


게다가 삶이 이어질수록 점점 더 진짜 소중한 게 뭔지 잘 알게 되는 거 같아요.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가장 소중한 존재.

그 존재가 아프거나 힘들어하거나 혹은 불편해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쓰이고 미안하고 더 잘해주고 싶어지는 그런 게 있잖아요.

그래서 점점 더 꿈은 소중한 누군가를 향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꿈은 작아지는 게 아니에요.

조금 더 구체화되고 조금 더 깊어지는 거예요.


당신은 꿈을 이루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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