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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훈 또봄 Nov 13. 2017

젊은 나이에 안됐네

말기암 극복 그림일기 4화

그림 : 김예슬


종합검진을 받는날은 나에게 너무나 피곤한 날이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할 뿐만 아니라 어마무시한 내시경을 입속으로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졸린 눈을 비비며 시청에 있는 s검진센터로 향했다. 병원 안은 메르스 덕분인지 예전과 다르게 한산하다. 빠르게 여러 가지의 검사가 별탈 없이 진행되었고 이제 남은 검사는 위 내시경뿐.


가스 억제제를 건내주며 간호사가 궁금하거나 이상이 있는 것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래서 이 전 수면내시경 검사 도중  깬적이 있다는 나의 말에 간호사는 잠깐 고민하더니 수면이 아닌 비수면을 하는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봤다. 이 전에 한번 비수면을 경험하고 난 후 다시는 비수면을 안해야지 생각했기에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한번 더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알겠다고 대답했고 묵묵히 내 순서를 기다렸다. 

드디어 내 이름이 호명되고 비수면 상태로 내시경 검사가 시작됐다. 다행히 이전에 했던 내시경보다 폭이 작은 내시경인지 그때보다는 편안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의사가 검사를 중단하고 나가더니 선배의사 같은 분을 데리고 온다.


무언가 느낌이 이상하다. 교체 된 선배의사는 심각하게 내 시경 화면을 관찰하며 얼굴을 찌뿌리더니 내게 말했다. "이런 건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심각한 암에 걸리신 것 같아요. 여기 화면을 봐보세요." 화면에서 내시경은 내 목 부근을 지나고 있었고 어두컴컴한 것 밖에 안 보였다. 의사는 이 어두운 부분 모두가 피라고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화면에는 마치 다큐 프로에서  봤음직한 다 헐어있는 내 위벽이 보였다. 의사는 원래 내시경을 하면서 암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조직검사를 해본뒤에 확정을 짓는데 난 지금 화면만으로만 보더라도 너무 심각하다고 상부병원 예약을 잡을테니 바로 가보라고한다.


비수면 내시경의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머리속에는 '오진일거야', '그냥 위궤양 정도겠지', '요즘 너무 술을 많이 마시긴 했어'라는 여러생각을 하며 센터 복도에서 안내를 해줄 때까지 그냥 서있었다.

그런데 지나가는 간호사들이 나를 보면서 속삭이며 지나간다. 듣고 싶진 않았지만 이런 소리는 왠지 더 잘 들리는것 같다. 간호사들이 말했다

"어떻게 해 젊은 분 같은데 그 나이에 안됐다."라고.

그냥 아무생각이 안 들었다. 상부병원을 올라가기 전 의사인 친누나에게 전화를 했다.


"누나 나 암이래.

누난 잠시 말이 없더니 다른 말을 한다. 그래서 다시 말했다. 누나 나 암인것 같대. 지금 상급병원 가는 중이야. 누나가 어디냐며 바로 온다고 말했다. 통화를 끝내고 난 상부병원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은 공사 중이었고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차고 있었으며, 실험실에 들어설 때 마냥 병원입구에 선 직원들은 손소독제를 내게 뿌려주었다.


'정말 내가 암일까' 아직 확실하게는 조직검사가 나와봐야 한다고 했으니 위궤양 정도일거야' 나는 억지로 긍정적인 생각을 해본다.


                                             - 4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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