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천국은 우리가 사는 세계에도 있다
기독교 신앙을 말할 때 ‘천국’을 빼놓을 수 없지. 결국 천국 가기 위해 예수 믿는다는 사람들이 많아. 많은 기독교인들도 살아서는 예수 열심히 믿고 죽어서는 천국 가서 영원히 행복하게 사는 것이 신앙의 목표라고 생각하지. 그래서 내게 천국의 이미지는 남태평양 휴양지의 화려한 리조트 같은 느낌이었어. 고된 일상을 접고 훌쩍 떠나는 여름 휴가지 같은, 아무런 걱정도 고민도 없고 즐겁게 쉬는 곳.
하지만 천국에 대한 이런 이미지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오해를 불러. 만약 신앙의 이유가 죽어서 즐거운 휴가를 보내는 것뿐이라면, 내가 믿는 신이 화려한 리조트의 주인일 뿐이라면 기독교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을 위한 수단인 거잖아.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무리 ‘Hell(지옥)’이 되어 가도 나만 교회 잘 다니다가 천국 리조트에 들어가면 되니까.
하지만 기독교는 그렇게 사적인 욕망을 채우는 이기적인 신앙이 아니야. 사실 성경에서는 천국(Heaven)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지 않아. 천국보다는 ‘하나님의 나라(Kingdom of God)’라는 표현이 더 많이 사용되는데, 하나님의 의지가 강력하게 실현되는 영역을 말하지. 천국(하나님의 나라)은 죽어서만 갈 수 있는 곳도 아니야.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도 경험할 수 있어.
성경은 다양한 비유와 표현으로 천국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워. 하지만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가 가득한 곳인 것만은 분명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차별과 혐오 대신 이웃을 환대하며 거짓과 폭력, 탐욕이 심판받는 세상. 얼마 전 울산 아파트 화재 사건 때, 소방인력 1,000명이 휴식할 수 있도록 영업장을 내어주고 식사까지 제공한 자동차 전시장이 있었잖아. 난 그곳이 바로 천국이었다고 생각해. 천국은 지금도 우리 곁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하지.
결국 교회의 역할은 이 세상이 천국이 될 수 있도록 사회 구석구석에서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일이야. 기독교는 죽어서가 아니라, 지금 이 곳에서부터 모든 사람들이 신의 은총을 누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