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의 해방일지 (6)
어릴 적부터 남에게 폐 끼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모님 교육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내 천성도 그랬다. 실리보다 체면을 중요시하기도 하고. 도움을 주지도 받지도 않는 타입.
도움을 쉽게 요청하는 사람들을 보면 불편하기도 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왜 남에게 의지하는 걸까?… 싶었다. 그런데 아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자기야, 나 물 한 잔 갖다 줄래?”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이게 부탁할 일인가! 아내는 이것저것 도움을 구하는 것이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사소한 것까지도 도움을 주었다. 베풂을 주고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다.
아내에 비하면 나는 사이코패스에 가깝다.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일이다. 카페에서 아내가 커피를 쏟았는데 나는 냅킨 있는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냅킨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결혼까지 한 게 신기한 일이다.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힘으로 살아가는 것. 나는 이런 태도가 편하기도 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의 경험치가 쌓이면서 생각이 바뀐다. 살면서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베푸는 일에 넉넉해지고 베풂을 받는 일에 가벼워질 때 삶의 문제들은 생각보다 쉽게 풀린다. 혼자서 끙끙 앓으면 곪아 터지기 일쑤다. 그래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을 연습하려고 하는데 여전히 어렵다.
얼마 전 폭우가 내리는 퇴근길에 아내가 톡을 보냈다. 지하철역까지 차로 데리러 오겠다고. 하지만 나는 괜찮다고 걸어가도 된다고 했는데… 아내가 서운해했다.
나는 언제쯤 타인의 호의를 편안하게 맞이하고, 쉽게 호의를 건넬 수 있게 될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