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의 해방일지 (5)
“여기다 잠깐 차 대고 있어, 편의점 갔다 올게”
“어, 여기 주차 구역 아닌데?”
“잠깐이면 된다니까. 빨리 다녀올게!”
아내는 나의 융통성 없는 행동에 늘 답답해했다. 주말 도심 빽빽한 차들 속에서도 정확히 주차선이 그어져 있지 않으면 난 주차가 힘들었다. 규칙을 어긴다는 불편함과 적발되거나 비난받을지 모른다는 불안함이 뒤섞인 감정 같았다.
차를 가지고 외출할 때는 주차장을 미리 확인하고 가는 편이다. 공연처럼 시간을 꼭 지켜야 하는 일정일 때는 블로그 후기 등을 통해 방문 시간대의 주차 상황을 점검한다. 예측하지 못한 주차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곤하지만 그게 마음 편하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완벽히 예측할 수도 없는 일. 어쩔 수 없을 때는 선이 그어지지 않은 곳에 불법 주차를 시도한다.
10년의 운전 경력을 통해 몇 번의 성공적인 불법 주차 경험을 쌓으니 자신감(?)도 생겼다. 주변에 폐를 끼치지 하는 선에서 도전한다.
법은 모두가 자유롭게 살면서도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최소한의 규율이다. 그러니까 질서를 유지하고 타인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는다면 법에게 양해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법은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법을 넘어서는 삶의 융통성이야말로 사회 속에 평화와 질서를 부여한다. 횡단보도 건너편에 쓰러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빨간불을 무시하고 건너는 행동처럼.
법과 규율이 목적이 되지 않게 살아가는, 융통성의 지혜가 내게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