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데이비드 엡스타인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은 내게 맞는 일을 찾아 방황하는 이들의 든든한 지원군 같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아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일을 찾기를 권한다. 일찍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 늦더라도 적합한 일을 찾았을 때 성공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넓어지는 경험의 폭이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도 향상시켜 준다는 것이다. “늦깎이”와 “천재” 사이에 이어지는 오묘한 연결고리다.
조기교육이나 빠른 진로 선택이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건 스포츠와 같이 규칙과 패턴이 있는 일부 영역에만 한정된다. (책에는 골프와 체스가 사례로 나온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스포츠와 달리 매우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크다. 빠른 진로 선택이 오히려 성공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학생이 더 일찍 전공에 집중하면 구직에 유리한 기술을 더 많이 갖추게 된다. 샘플링을 하다가 더 늦게야 하나의 전공에 집중하면 전공 분야의 기술을 덜 갖춘 채 구직 시장으로 진출하지만, 어느 유형의 직업이 자신의 능력과 성향에 적합한지는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맬러머드의 의문은 이러했다. 이 해결책 중 대체로 어느 쪽이 이길까? 늦은 전공자일까, 이른 전공자일까?
맬러머드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직무 적합도의 증가는 기술 쪽의 손실을 능가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무언가를 배우는 것보다는 자기 자신에 관해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탐험은 교육이 제공하는 변덕스러운 사치품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핵심 혜택이다.
저자가 다양한 경험을 권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이것이 “늦깎이 천재”가 나올 수 있는 비결이다.
반 고흐도 폴 고갱도 지금처럼 유명해진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고 실패했다. 해리포터의 작가 J. K. 롤링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발휘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오히려 실패함으로써 자신의 재능과 관심사에 잘 맞는 일에 도전할 수 있었다.
대학 육상 선수였을 때, 동료 중에는 트랙에서는 한없이 의욕이 넘치고 단호해 보이지만 교실에서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사람도 있었고, 그 반대인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가 열정과 끈기가 있는지 묻는 대신에, 우리는 '언제' 그러한지를 물어야 한다. 오가스는 이렇게 말했다. '누구든 자신에게 적합한 맥락에 데려다 놓으면, 더 열심히 일할 것이고 바깥에서 볼 때 더 열정과 끈기가 있는 양 보일 것이다.'
다크호스는 직무 적합도를 도모하고 있었다. 「그들은 주위를 돌아보면서, '이런, 한참 뒤처질 거야. 이들은 나보다 더 일찍 시작해서 더 어린 나이에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었어' 따위의 말을 결코 하지 않아요. 대신 이런 쪽에 초점을 맞추지요. '여기가 지금 내가 있는 자리야, 여기서 하고 싶은 열의를 느껴,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은 이거야,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은 이거야, 이게 바로 내가 찾던 기회야. 이 중 어느 것이 지금 가장 잘 들어맞지? 그리고 1년 뒤에는 좀 더 나은 것을 찾아서 바꿀 수도 있어.'」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의 장기적인 예측 능력은 뛰어나지 않다. 한 분야에서의 지식과 경험만 쌓아서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협소한 시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기 쉽다.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의 경험과 이론에 대한 학습도 필요하다.
빠르게 변하는 사악한 세계가 요구하는 것은 바로 후자다. 새로운 개념들을 연관 지어서 다양한 맥락에 두루 쓸 수 있는 개념 추론 능력이다. 직접 겪어 본 적이 없는 문제와 맞닥뜨리면, 오지 마을 사람들은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렇게 살 수가 없다. 도전 과제의 범위가 한정되고 반복되는 것일수록, 그것은 자동화할 가능성이 더 높다. 반면에 어느 한 문제나 영역에서 얻은 개념 지식을 전혀 다른 새 영역에 응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보상이 따를 것이다.
훈련의 폭이 전이의 폭을 예측해 준다는 것이다. 즉 무언가를 더 다양한 맥락에서 학습할수록, 학습자는 더욱더 추상적 모델을 구축하며, 구체적인 사례에 덜 의지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학습자는 전에 접한 적이 없는 상황에 지식을 응용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창의성의 본질이다.
우리 집 벽에는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이 걸려있다. 그녀는 인생의 후반부까지 평범한 농부의 아내로 살다가 76세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80세에 유명세를 탔다. 101세로 죽기까지 1,600여점의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우리는 언제든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도 있다. 그녀가 100세 시대의 롤모델이다.
아직 방황하고 있다고 해서 염려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