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트랙> 김나이
회사에 대한 실망, 상사에 대한 분노, 일에 대한 무기력감… 다양한 감정들이 우리를 퇴사의 벼랑 끝으로 내몬다. 하지만 퇴사와 이직이 만족스러운 선택이 되려면, 좀 더 이성적이어야 한다. 회사 밖이 지옥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자기만의 트랙>은 이러한 직장인들의 고민에 응답한다. 커리어에 대한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과 직장에 다가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저자인 김나이 대표는 ‘커리어 엑셀러레이터’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졌다. 조직의 성공을 위해 헌신하던 시대가 지나고 개인의 성장과 영향력이 중요해진 지금, 직장인들이 찾는 커리어 멘토이다. 시대 흐름에 맞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만난 수많은 직장인들과의 멘토링, 자신의 커리어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냈다. 책의 메시지가 공감의 힘을 가지는 이유다.
김나이 대표가 말하는 나만의 커리어 트랙을 만들기 위한 조언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만족감을 느끼는 주체는 바로 ‘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알아야 만족스러운 커리어를 만들어갈 수 있다. 타인이 정한 기준, 세상이 맞다고 하는 기준을 따라가서는 행복할 수 없다. 내가 원하는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맞춰 현재를 평가하고 미래를 계획해야 한다.
개인이든 회사든 제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서는 출발점은 하나입니다. ‘나는 일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기준과 자신만의 정의가 필요하다고요. 내 기준에 맞는 일을 그 기준에 부합하는 일터에서 할 수 있어야 좋은 회사라고 설명하면서요.
저자는 나의 기준과 정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들을 던지며 자기 성찰을 권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질문이다.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일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정리해 볼 수 있다.
*나는 일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가요? 성장, 의미, 재미, 인간관계, 돈, 워라밸 중 두 가지만 택해 그 이유를 적어보세요.
*지금 내게 주어진 그 두 가지에 점수를(5점 만점) 매겨볼까요. 왜 그 점수를 주었나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 두 가지를 각각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예를 들어, 성장과 의미를 택했다면 나에게 성장은 무엇이고 의미는 무엇이라 정의하나요?
일에 대한 나의 기준이 세워졌다면 이제는 검증을 해야 한다. 어떤 직무, 어떤 동료, 어떤 문화 안에서 내가 몰입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실천하면서 내게 맞는 업무 환경을 검증할 수 있다. 또한 지금 내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어떤 것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물 만난 고기처럼 ‘내 세상이다’라며 일하고 싶다면, 어디가 잘 맞는지 확실히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 ‘적극적인 선택’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나에게 잘 맞는 것이 무엇인지 남들이 알려주길 기대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일직선의 길을 맹목적으로 따라갔다가 잘못된 목적지에 도달하고 말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먼저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나와 잘 맞는 성향의 조직은 어떠한지, 나는 어떤 종류의 일을 잘 해낼 수 있는지 면밀히 따지고 또 따져보세요. 혼자서만 따져서 잘 모르겠을 땐, 묻고 확인해 보세요. 내 일의 주도권을 내가 가지려면, 자신감을 갖고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혹시 지금 ‘회사 싫어’ 상태라면 감정적으로 ‘싫다’ 고만 생각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내가 좋아할 거리는 없는지 한번 살펴보세요. 언젠가 이 회사를 나갈 때 회사의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요.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나를 위한 일 자산을 쌓는다고 여기면 어떨까요. 회사 생활을 ‘돈 받으면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보는 거죠.
직장인이라도 회사 이름에 의지해서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나만의 커리어 트랙이 만들어진다. 회사 생활도 그 길을 찾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착실한 모범생보다는 불확실성 속에서 나의 전문성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감행할 수 있는 모험생에게 더 유리한 게임이다.
아무리 좋은 회사 간판을 가지고 있다 한들 회사 명함 없이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없다면, 자신의 일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어요. 중요한 것은 ‘명함에서 회사명과 직급 빼고 나를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가’이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의 방향성, 회사에서 그와 관련된 어떤 경험을 쌓고 있는지 살피는 일입니다. 회사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의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그 자체로 목표가 아니라요.
여기서 하나 짚고 갈 것은, 처음부터 자신만의 길을 찾긴 힘드니 고민할 시간에 시도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일을 잘하는, 잘하고 싶은 사람일수록 효율을 추구하고, 삽질을 피하려고 많이 고민하지만, 한 번 더 시도하고 실행하는 것이 더 빨리 답을 찾고, 기울기를 높이는 방법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변곡점을 지날 땐 모범생보다 모험생이 되어야 해요.
자기만의 트랙을 찾는 일은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정답을 발견하는 과정이 아니다. 그 트랙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삶과 일에 대한 나의 진정성 있는 태도에서부터 그려지기 시작한다. 도전과 실패, 성공과 좌절의 굴곡 속에서 그 윤곽이 드러난다. 불안하고 막연할 때도 있지만 그래서 더 인생이 기대되기도 한다.
100세 시대에 하나의 직업과 직무로 우리 인생이 결정되지 않는다. 그러니 진지하면서도 느긋하게, 치열하면서도 냉정하게 나의 삶과 일에 하루하루 성실하면 충분하다. 그렇게 오늘도 자기만의 트랙을 그리고 있을 모든 직장인들을 응원한다.
*커버이미지 출처: Unsplash의 Nick Few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