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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Aug 27. 2023

To Do List 를 치워라

<일을 잘한다는 것> 야마구치 슈, 구스노키 겐

직장 생활을 해보면 스펙과 업무 역량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외국어에 능통하고 다양한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일 수 있지만 일을 잘한다는 증거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쌓여있는 To Do List(할 일 목록)을 빠르게 지워나가는 건 열심히 일한다는 자기 위안이지 일의 성과를 증명하지는 못한다. 그럼, 탁월한 성과를 내는데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일을 잘한다는 것>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로 유명한 야마구치 슈와 일본의 경쟁전략 전문가 구스노키 겐의 대담 내용을 글로 담았다. 넷플릭스, 어도비, 산토리, 혼다 등 다양한 기업들의 사례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과를 내는 역량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한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곧 성과를 내는 것이고, 요즘처럼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탁월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술(Skill)에 대비되는 일하는 사람의 감각(Sense)이 중요하다고 한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성과를 낸다’는 것과 같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란 고객에게 ‘이 사람이라면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다. 이 사람이라면 반드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라는 신뢰를 받는 사람이다. 더 나아가 고객이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고 평가하는 사람이다.


요즘처럼 예측 불가능한 세계에서는 논리적 경영만으로는 더 이상 비즈니스를 리드할 수 없고, 정답 없는 문제와 흑백을 가릴 수 없는 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와는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중략) 일하는 사람의 기술 skill에 대비되는, 일하는 사람의 감각 sense이라는 개념으로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그럼, 여기서 말하는 감각이란 무엇일까.


감각이 뭔지 한마디로 설명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완벽한 해답은 없지만 ‘구체와 추상의 왕복 능력’이 가장 가까운 답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들은 뛰어난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거나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반드시 그 사람에게 있어 미지의 새로운 현상이 매일 나타나게 마련이죠.

그런데 그것을 자기 나름의 논리로 추상화하는 사람에게는 막연한 미지의 세상이 아닙니다. 내재되어 있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꺼내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기에 미지의 세상도 ‘언젠가 지나온 길’이며 ‘언제 어디선가 본 풍경’이 됩니다. 따라서 새로운 일과 상황에 맞닥뜨려도 확신을 갖고 재빨리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겁니다.


딥러닝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을 구체적인 상태로 쌓아두면 다른 상황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단지 ‘박식함’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경험과 지식을 추상화해서 패턴으로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적이고 구체적 상황에서도 그것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즉 감각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경험들을 추상화-논리화-개념화하여 저장/관리할 수 있고 변화된 환경에서 빠르게 구체화하여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사람마다 서로 다른 영역의 감각이 발달되어 있어서 성과에 필요한 다양한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조직이 필요하다.    





책에서 언급하는 일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 보았다.   


1. 솔루션이 아닌 아젠다를 만든다


ChatGPT가 등장하면서 질문과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답은 어디서나 찾을 수 있지만 답의 품질은 질문이 결정한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트렌드가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은 너무 늦다. 직관적으로 소비자의 니즈를 만들고 이끌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핵심은 새로운 문제 설정이란 감각과 예술의 영역에 속한다는 겁니다. 기술이 뛰어난 사람들이 보면 이미 해결 과잉 상태지만,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보이는 거죠.


정답이 과잉이고 문제가 희소한 사회로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 더구나 현재는 인공지능의 가격이 급속히 하락하며 보편화되고 있는 시대다. 이런 상황이기에 기술의 상대적 가치는 더욱 저하되고 범용화할 것이다. 반대로 사회에서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고 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이익을 내는 구조를 구상할 수 있는 감각에는 높은 가치가 인정될 것이다.   


2. 할 일 목록이 아닌 일의 시퀀스를 따른다


그저 일을 많이 한다고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경험과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성과를 만들기 위한 자기만의 논리와 스토리가 정리되어야 한다. 이것은 업무 실행 과정에서 일의 시퀀스 Sequence로 나타난다.


프로가 대단한 점은 무얼 하느냐가 아니라, 일을 하는 순서와 업무의 시퀀스입니다. A와 B와 C의 업무는 그저 나열되는 업무의 항목이 아닙니다. A가 있기에 B가 있고, B가 생김으로써 C가 나오는 식으로 시간순의 의미가 있어요. 요컨대 A와 B 사이에 논리가 있고, B와 C 사이에도 논리가 존재하는 거죠.


감각 있는 사람의 업무 계획 방식. 우선순위 업무(A)를 결정한 뒤, A 업무의 시퀀스에 따라 이후 발생할 업무를 구상한다(A → B → C → …). 그리고 당장 시행해야 할 우선순위 업무(A)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중략) 일을 잘하는 사람의 사고는 항목별로 쭉 적는 방식이나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과는 결코 다릅니다. 순열적인 스토리 사고가 독창적인 전략을 창출하고, 그들은 이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합니다.   



3. 외부 환경보다 나의 관심과 의지가 중요하다


매년 발간되는 각종 트렌드 보고서의 인기가 높다. 사람들은 예측하고 싶고 예측에 따라 실행하고자 한다. 하지만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예측을 따라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미래는 인간의 예측에 갇혀 있지 않으며, 사람들은 예측을 벗어난 신선하고 재미있는 일들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저는 의지를 우선시하고 일관된 자신의 생각에 따라 일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고 뜻을 관철시킵니다. 자신이 즐거우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지니, 점점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겁니다.


‘반드시 잘될 것인지’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항상 ‘어쩌면’이라고 가정합니다. ‘어쩌면 세계 최고가 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한 것이 유니클로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성공할 확률이 0.1퍼센트일 수도 있겠지만 0퍼센트는 아니다. 어쩌면 세계 최고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 방향으로 검토해서 한번 해보자’ 하는 것이죠. 이런 걸 두고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하는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인사이트를 얻은 부분도 있다. 저자가 ‘감각’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긴 했지만 업무 실행의 과정에서는 결국 ‘나의 고유한 관심과 의지를 바탕으로 일하는 것’이 일을 잘한다는 의미라고 읽혔다. 나의 관심사, 내가 만들고 싶은 스토리, 내가 가진 논리… 내면의 자기동기로부터 시작되는 성공에 대한 열망이 곧 일을 잘할 수 있는 비결인 것이다. 그렇다면 일을 잘한다는 것은 타인에게 배우기 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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