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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Feb 15. 2024

과학의 시대에도 예수를 믿는가

마흔에 읽는 성경 - 요한복음(1)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로 믿지 않는다면 기독교 신앙이 아니다. 또한 예수가 위대한 성인(聖人)들 중의 한 명일 뿐이라면 나는 기독교 신앙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믿는다는 것, 인간을 통해 구원받는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nonsense)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의 시대에 초월적 존재를 믿는다고 고백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마치 율법의 시대에 예수를 믿는다고 말하기 어려웠던 유대인들처럼.


요한복음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다. 예수가 곧 하나님의 아들임을 명백하게 증언하기 때문이다. 예수의 존재가 율법과 과학의 상식을 넘어서는 하나님과 동등한 존재임을 강조한다. 요한복음은 초대 교회 성도들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예수를 믿는 믿음의 기반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요한복음은 왜 쓰였을까


전통적으로 요한복음의 저자는 성경에 등장하는 ‘예수가 사랑하시는 제자’ 즉, 사도 요한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성경 연구가 지속되면서 학계에서는 다양한 가설들이 등장했고 사도 요한을 따르는 신앙 공동체의 제3의 인물이 썼다는 견해도 주목받고 있다. 사도 요한이든 다른 누군가이든, 초대 교회 신앙 공동체를 단단히 하고 예수 복음을 전하기 위한 목적은 모두 같다.


Saint John the Evangelist,  Valentin de Boulogne


저자가 속한 공동체에는 유대인이 다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요한복음에는 다른 복음서에 비해 ‘유대인’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앞의 세 복음서는 모두 합해도 15회 정도인데 요한복음에는 60회가 넘는다.) 당시에는 예수를 믿는 유대인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유대인은 예수를 거부하는 자들이었다. 그래서 요한복음에는 예수를 믿고 따르고 싶지만, 공동체 안에서 배척당할까 봐 두려워했다는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요7:12-13] 12 예수에 대하여 무리 중에서 수군거림이 많아 어떤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 하며 어떤 사람은 아니라 무리를 미혹한다 하나 13 그러나 유대인들을 두려워하므로 드러나게 그에 대하여 말하는 자가 없더라

[요12:42] 그러나 관리 중에도 그를 믿는 자가 많되 바리새인들 때문에 드러나게 말하지 못하니 이는 출교를 당할까 두려워함이라

[요19:38]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예수의 제자이나 유대인이 두려워 그것을 숨기더니 이 일 후에 빌라도에게 예수의 시체를 가져가기를 구하매 빌라도가 허락하는지라 이에 가서 예수의 시체를 가져가니라


이렇게 예수를 그리스도라 믿는 유대인들은 로마 제국의 탄압뿐만 아니라, 유대인들의 박해까지 견뎌야 했다. 요한복음의 저자는 유대인 성도들의 두려움에 공감하는 동시에, 고난과 승리를 함께 예언한 예수의 증언을 기록함으로써 믿음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왔다.


[요16:2-3] 2 사람들이 너희를 출교할 뿐 아니라 때가 이르면 무릇 너희를 죽이는 자가 생각하기를 이것이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라 하리라 3 그들이 이런 일을 할 것은 아버지와 나를 알지 못함이라

[요16:32-33] 32 보라 너희가 다 각각 제 곳으로 흩어지고 나를 혼자 둘 때가 오나니 벌써 왔도다 그러나 내가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느니라 33 이것을 너희에게 이르는 것은 너희로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 함이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Passieserie: De afneming van het kruis, Rembrandt Harmensz. van Rijn



예수의 증인들


유대인 성도들이 믿음을 지키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확실한 증거였다. 예수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는 확신이 필요했다.


요한복음에서는 예수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 임을 끊임없이 선언한다. 예수뿐만 아니라 예수의 목격자들도 모두 그의 신성에 대해 증언한다. 요한복음은 예수를 믿는 것이 하나님을 믿는 것이며 참 진리를 따르는 것임을 보증해 주는 중요한 증거였다.


+요한복음 저자의 증언
[요1:14]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세례요한의 증언
[요1:29] 이튿날 요한이 예수께서 자기에게 나아오심을 보고 이르되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요1:34] 내가 보고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증언하였노라 하니라

+나다나엘의 증언
[요1:49] 나다나엘이 대답하되 랍비여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이시요 당신은 이스라엘의 임금이로소이다

+사마리아 여인의 증언
[요4:29] 내가 행한 모든 일을 내게 말한 사람을 와서 보라 이는 그리스도가 아니냐 하니

+눈 뜬 맹인의 증언
[요9:32-33] 32 창세 이후로 맹인으로 난 자의 눈을 뜨게 하였다 함을 듣지 못하였으니 33 이 사람이 하나님께로부터 오지 아니하였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으리이다


Jezus en de Samaritaanse vrouw, Il Guercino


예수께서는 일관성 있게 반복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말씀하신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하나님 아버지가 자신을 이 땅에 보냈음

세상을 심판하기 위함이 아니라 구원과 영생을 주기 위해 왔음

나를 믿는 자는 아버지를 믿는 것이며 영생을 얻게 됨


[요3:16-17] 16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17 하나님이 그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려 하심이 아니요 그로 말미암아 세상이 구원을 받게 하려 하심이라

[요6:38-40] 38 내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은 내 뜻을 행하려 함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려 함이니라 39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은 내게 주신 자 중에 내가 하나도 잃어버리지 아니하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이것이니라 40 내 아버지의 뜻은 아들을 보고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는 이것이니 마지막 날에 내가 이를 다시 살리리라 하시니라


이 외에도 예수는 자신을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나는 생명의 떡이다 (6:35)

나는 세상의 빛이다 (8:12)

나는 양의 문이다 (10:7)

나는 선한 목자다 (10:11)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11:25)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14:6)

나는 참 포도나무다 (15:1)


생명과 구원의 존재임을 강조하는 표현들이며, 예수를 통해서만이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께 닿을 수 있다는 메시지다. 모세의 율법이 이제는 ‘예수’라는 새로운 언약으로 대체된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하나님이 없는 유대교에 미련을 두지 말고 담대하게 예수를 믿으라는 선포다.


Jezus en Nicodemus, Anonymus



증언을 믿으시겠습니까?


지금은 예수 믿는다고 핍박당하거나 죽임을 당할 위험은 사라졌다. 오히려 자신의 믿음을 스스로 검열한다. 나의 믿음이 과학의 시대에 적합한 것일까? 합리적인 것일까? 그래서 교회를 열심히 다니면서도 직장에서, 또는 친구들에게 예수 믿는다고 말하는 것이 두렵다.


과학이 우주 만물을 다 설명하지는 못한다. 과학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과학은 유의미하다. 우주의 시작인 빅뱅은 어떻게 일어났을까? 지구상에 생명이 존재하기 위해 필요했던 조건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인간의 진화 과정은 모두 우연이었을까? 과학은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은 ‘우연’으로 넘겨 버린다. 신앙은 과학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학의 빈틈을 완성한다.


우리는 과학의 세계를 인정하면서도 신실한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요한복음의 증언들은 그저 오래된 성경 구절이 아니다.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증언 덕분에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믿음을 지킬 수 있었다. 신앙은 선택의 문제다. 이 증언을 진실로 믿을 것인지, 거짓이라고 치부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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