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무너질 때 필요한 것

마흔에 읽는 성경 - 디모데전후서

by 재희

후배 목회자를 위한 편지


최근 명망 있던 목회자들의 스캔들로 교계가 시끄러웠다. 원로 목사가 부목사로 시무하던 아들과 함께 분립 개척을 하겠다며 교회에 수십억 원을 요구한 사건, 담임 목사가 남녀 교역자들에게 오랫동안 욕설과 폭언을 해 왔던 사건이 기독교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그들은 방송과 저서를 통해 널리 알려진 목회자들이었기에 많은 이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들은 단순히 개인의 윤리 문제로 보기 어렵다. 교회 안에 자본주의적 탐욕과 왜곡된 권위주의가 깊게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단지 몇몇 목회자의 일탈이라고 보기에는 한국 교회의 위기가 너무 깊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선배들의 바른 믿음이 다음 세대로 견고하게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년 전, 외국 선교사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조선에 복음을 전했다. 그리고 그 복음은 수많은 믿음의 선배들을 거쳐 오늘의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한국 교회의 미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이 이웃과 다음 세대에게 어떤 복음을 전하고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교회의 미래가 결정된다. 그래서 나는 디모데전후서를 읽으며 지금 한국 교회에 꼭 필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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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모데전후서는 사도 바울이 젊은 목회자 디모데에게 보낸 편지다. 교회 운영 매뉴얼이면서 동시에 영적 리더십 교재라고 할 수 있다. 바른 교훈을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 교회의 질서를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그리고 현실의 다양한 문제들 속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르침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도 고난 속에서도 끝까지 믿음을 지키라는 바울의 권면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향한 사명과 후배 목회자를 향한 진심 어린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한국 교회에는 바울과 같은 믿음의 선배가 필요하다.




목회 지침의 세 가지 키워드


바울이 디모데에게 전한 목회 지침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바른 교훈을 지켜라.

디모데가 목회하던 에베소 교회 역시 쉽지 않은 환경에 있었다. 교회 안에는 거짓 가르침이 퍼져 있었고, 거짓 교사들로 인해 공동체 안에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이단이 난무하는 오늘의 교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울은 교회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복음을 바르게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마케도니아로 떠날 때에, 그대에게 에베소에 머물러 있으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것은, 그대가 거기에서 어떤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교리를 가르치지 못하도록 명령하고, 신화와 끝없는 족보 이야기에 정신을 팔지 못하도록 명령하려는 것입니다.”(디모데전서 1:3-4)


또한 디모데에게 성경 안에 머물라고 권면한다.


“그러나 그대는 그대가 배워서 굳게 믿는 그 진리 안에 머무십시오… 성경은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대에게 구원에 이르는 지혜를 줄 수 있습니다.” (디모데후서 3:14-15)


말씀이 바로 서야 교회가 바로 서고, 그래야 올바른 믿음이 다음 세대로 전해질 수 있다.


둘째, 삶으로 본이 되는 지도자가 돼라.

바울은 디모데에게 단지 바른 교훈을 가르치는 목회자가 아니라 삶으로 본을 보이는 지도자가 되라고 강조한다.


“아무도 그대의 젊음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십시오. 도리어 그대는 말과 행실과 사랑과 믿음과 순결에 있어서 믿는 이들의 본이 되십시오.” (디모데전서 4:12)


복음을 말로만 전하면서 삶으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복음의 능력이 어떻게 나타날 수 있을까.

그래서 바울은 디모데에게 이렇게 권면한다.


“그대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까지 그 계명을 지켜서, 흠도 없고 책망받을 것도 없는 사람이 되십시오.” (디모데전서 6:14)


지도자의 삶 자체가 곧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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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끝까지 사명을 완수하라.

디모데후서는 바울이 로마 감옥에서 죽음을 예감하며 기록한 편지다. 그래서 이 편지는 마치 유언장처럼 읽힌다. 바울은 마지막까지 디모데에게 당부한다.


“그대는 말씀을 선포하십시오.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하게 힘쓰십시오… 전도자의 일을 하며 그대의 직무를 완수하십시오.”(디모데후서 4:2-5)


세상이 악해지고 사람들이 진리를 듣기 싫어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 속에서 끝까지 믿음을 지키며 맡겨진 사명을 완수하라고 권면한다.



바울이 내게 가르쳐 준 것


바울의 목회 지침은 목회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십자가의 은혜를 입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따라야 할 신앙의 기준이다. 먼저 믿은 사람들이 복음을 바르게 전하고, 복음대로 살아가는 삶의 본이 되며, 마지막까지 사명을 완수하는 삶을 살아갈 때 교회는 살아나고 신앙은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교회에서는 사랑과 공의를 말하면서 삶 속에는 돈과 욕설이 가득하다면, 누가 교회와 그리스도인을 믿겠는가.


바울은 디모데의 믿음을 이야기하며 그의 어머니와 외할머니를 떠올린다.

“나는 그대 속에 있는 거짓 없는 믿음을 기억합니다. 그 믿음은 먼저 그대의 외할머니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 속에 깃들여 있었는데, 그것이 그대 속에도 깃들여 있음을 나는 확신합니다.”(디모데후서 1:5)

신앙은 개인의 결단이지만 동시에 공동체와 가정 안에서 전해지는 유산이기도 하다. 믿음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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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목회자를 비판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내 삶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아들에게 믿음을 물려주는 것이다. 아직은 어려서 부모가 이끄는 대로 교회도 다니고 가정 예배도 드리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신앙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해야 할 일은 바울이 가르쳐 준 것뿐이다. 성경의 가르침을 바르게 전하고, 말씀대로 살아가는 삶을 끝까지 보여주는 것. 내가 아들 앞에서 그렇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아들의 믿음은 하나님께서 책임지지 않으실까. 믿음을 바르게 전수하는 가정이 늘어날 때 교회도 다시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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