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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숫자쟁이 Nov 13. 2021

경제기사의 착시효과.

데이터 바로 읽기

얼마전 이런 기사를 보았다.

"1억 넘는 외제차 4만5042대 팔려… 66% 증가"


코로나 시대로 진입한지 2년이 다되었고 각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인데 우리 경제는 이렇게 활황이라니. 좀 의아했다.

부자들이 많아져서 양극화가 심화되었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 기사였다.

그런데 작년 기사를 찾아보니 작년에도 비슷한 기사가 있었다.

“왜 이렇게 부자가 많아”…1억 이상 수입차 판매 역대 최고

>>지난해 같은 기간(1만8857대)에 비해 64% 증가


2년동안 1억원이 넘는 외제차 판매가 약 2.5배가 늘어난 것이다. (1.8만대 --> 4.5만대)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면 2년간 약 2만 7천대의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가 늘어났다.


이제 이 말을 사실인지 알아보자. 물론 숫자로 나와있으니 말 자체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로 고가 외제차 소비가 2.5배가 늘어났는지를 알고싶다면 최소한 다음 몇 가지는 고려해봐야한다.

1. 물가상승 등의 요인으로 외제차 가격이 대폭 상승해서 1억원 이상의 차량 비중이 많아졌는가?

2. 코로나 효과로 인해서 차량 구매 자체가 대폭 늘어났는가?

3. 과거에 비해 20~30대의 고급 외제 차량 구매 수요가 매년 크게 늘고 있는가?


물가가 올라가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잘 팔리는 고급 외제 차량(BMW 5series, 벤츠e클래스 등)의 가격이 하필 9000만원대에 많이 몰려있다가 어느 순간에 1억원을 돌파했다면 기존에는 1억원 이하로 잡히다가 1억원 이상의 차량의 통계에 많이 잡혔을 수 있다. 원래 많이 팔리던 차인데 1억원 이상만 통계를 잡았기 때문에 착시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가지 예시일 뿐이지만, 만약 좀 더 정확하게 보려면 BMW5시리즈 및 벤츠e클래스의 판매량을 보는 것도 방법이다.


두 번째는 코로나로 인한 차량 구매가 크게 늘었다는 가정이다. 몇몇 기사들에서 코로나로 인한 차량 구매가 늘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만약 차량 구매 자체가 크게 늘었다면 1억 넘는 외제차 뿐만이 아니라 차량 가격대와 상관없이 골고루 여러 차종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을 수 있다.


세번째는 최근 과시효과로 인해 크게 늘고 있는 20~30대 층의 과소비 현상이다. 물가나 금융자산의 인플레이션 효과로 인해 소득도 꽤 많아진 20~30대의 일부 집단이 외제차를 유행처럼 사고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걸 비교해보려면 비슷한 수준의 명품 브랜드의 20~30대 소비가 어느정도 늘었는지를 비교해볼 수 도 있다.


그런데 나는 종종 이런 기사는 누가 쓰고 있고, 그 목적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본다. 기자는 사회현상을 기록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근데 1억 넘는 외제차의 소비가 크게 늘었다고 말하는 것은 어떤 현상이나 사실을 알리고 싶었던 것일까? 단순히 외제차 소비가 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일까? 혹은 국산차(현대기아차)에 대비해서 외제차의 구매경쟁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걸까? 혹은 우리 사회가 점점 과시형 외제차 선호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는 씁쓸한 현상을 전달하는걸까? 앞서 설명했듯이 데이터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단순히 '부자가 정말 많아지나보다' 라는 파편적이고 부정적인 인상만이 남기 때문이다.


기사의 머릿기사를 보고 의문을 가진 뒤 내가 다시 읽어낸 정보는, 돈 가치가 낮아지고 있으며 1억 이상 외제차 구매가 전에 비해서 더 선호되고 있다는 현상을 읽어내는 정도인 것 같다. 아울러, 1억 이상 외제차량이 매년 50%씩 늘고 있다는 사실은 말 그대로의 수치는 아닐 것 같다고 생각하고 물가상승, 배블런 효과, 코로나 효과로 인한 경향성을 반영하는 종합적인 결과로 보인다.

어쨋든, 너무 상실감을 느끼진 마시라. 생각보다 모두가 부자가 되서 1억 이상의 외제차를 구입한 것이 사실은 아닐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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