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돌뱅이

by 소원상자

새벽, 아직 식지 않은 길
보퉁이가 먼저 방향을 잡는다


장에 닿자
노끈이 풀리고
기둥 하나 세우면
그늘이 먼저 걸린다


상 위에 펼친 것들
쇠붙이는 빛을 끌고
천 조각들은 결을 눕혀 둔다


값을 묻는 입과
값을 부르는 입 사이에서
동전 한 번 울고
손바닥이 잠깐 따뜻해진다


해 기울면
팔린 자리보다
남은 자리 쪽이 밝다


장돌뱅이,
빈칸부터 접는다
접히지 않는 것은
내일로 미룬다


주머니 속 동전 몇 개
서로 부딪히며
걸음을 조금 늦춘다


먼저 밝아진 곳이 아니라
빛이 남은 쪽으로
발이 조금 기운다


발밑에는
열이 아직 남아 있다


어둠은 금세 오고
손 안이 아직 비지 않는다


삶을 짊어지고
다음 장으로 가는 길,
짐보다 먼저 풀리는 것은
어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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