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연극교실 17기의 시작

설렘을 안고

by 이슬노트

드뎌 첫날이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하는 연극수업이라니...

30명에 내가 들었다니..

진심이 통한걸까..ChatGpt의 능력이 좋았던 걸까.

어쩌면 영상오디션이 없어서 가능했을거라 짐작해본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버스에 올라탔다.

162번을 타면 조계사.종로경찰서에서 내려 광화문 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에 발걸음이 가볍다.

아직은 무더운 여름. 그래도 입추가 지나서인지 저녁바람이 시원하다.


예술동 3층으로 오라고 했다.

예술동이 어딘지 몰라서 좀 헤맸는데, 다행히 금방 찾았다. 안내데스크에 시민연극 참여자라는 문자를 보여주니, 들여보내주신다.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들. 이분들도 나와같은 시민연극 참여자겠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앞사람을 따라가자 관계자 한분이 나와 인사로 맞아주신다.


커다란 연습실에 30여개의 의자가 빙 둘러 놓여있다.

몇몇분이 이미 와 앉아계신다.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작년에 연극이라는 예술을 처음 맛보게 해주었던 나폴나폴 달래장터에서 만났던 한석규 배우님. 진짜 이름이 한석규는 아니고, 수업시간에 우리는 각자 유명배우의 이름을 예명으로 사용했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 박보영의 이름을 썼다.

간단히 근황을 나누고 나자, 할 말이 없어졌고.. 나와는 다르게 활달하신 한석규 님은 초면의 다른분들과 얘기를 나누느라 바쁘시다.


멀뚱멀뚱 사람들을 보다가 칠판의 오늘 순서를 본다.

눈에 들어오는 '자기소개'라는 네 글자.

뭐라고 해야 하나, 잠깐 생각에 잠겨본다.

드디어, 관계자분들이 모두 자리에 착석하고, 인사가 이어졌다. 세종문화회관 극단 소속의 배우, 연출분들이였다. 그냥 길에서 봤다면 분명 그냥 평범한 이들이었을 그 분들이 무언가 신비롭고 대단해 보였다.


수업진행 방향과, 공연일정을 안내해주셨고.

대망의 시민배우 자기소개타임이 이어졌다.


한명이 소개를 하고 다음사람을 지정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연극경험이 있는 분, 연극에 미련이 남는 분, 연극이 처음인 분 등 참가 이유도 참가자들의 연령도 각양각색이었만, 연극에 대한 관심 하나는 모두 같았다.

자기소개를 듣고 있자니, 외모에서 풍겼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사람들이 있어서 놀랐고, 또 다양한 이야기들에 귀가 솔깃해졌다.

어느 순간 내 차례가 왔다.


"저는 정다이 입니다. 제 이름은 순 한글이름이고, 정답게라는 뜻을 가집니다.

18년차 주말부부, 17년차 워킹맘으로 살고 있어요. 매일매일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어느 순간 제가 없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또 무엇을 하고 싶은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던 차에 연극수업을 듣게 되었고, 대본리딩 중에 나와는 다른 극중 인물을 표현하며 희열을 느꼈습니다. 내 안에 분명 그동안 알던 나와는 또 다른 내가 있었어요. 그래서 좀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수업이 없을까 찾아보다 서울시민연극을 알게 되었고, 1년을 기다려 지원했어요. 다행히 영상오디션이 없어서 정성을 다해 다섯문장을 적었습니다. 운이 좋았죠. 앞으로 공연때까지 제 이름처럼 정답게 지내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또박또박 얘기했다면 참 좋았겠지만, 실상은 횡설수설이었다. 그래도 얘기해낸 것이 어딘가..

내가 하고자 했던 의미가 잘 전달이 되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내 차례가 끝난 후 한동안은

'아, 이렇게 말할걸. 이 단어를 넣었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과 후회가 밀려와 다른 참가자의 소개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덧 자기소개가 끝나고 단체사진 촬영을 했다.

연극이라서인지..E성향의 참가자들이 많아보였다.

대문자I에 트리플A형 소심함의 끝판왕, 조용하고 감정의 기복마저 없는 내가 이 수업 끝까지 잘 받고 무사히 공연을 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