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기도 두렵기도 한 첫 사회생활에서 살아남으려고 무던히도 애쓰던 시간이었다. 19살, 고등학교도 채 졸업하기 전에 내디딘 사회생활은 참 만만치가 않았었지.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퇴근하지 않는 상사와 사수 눈치 보느라 한껏 움츠려 들었고, 제시간에 처리하지 못한 일은 쌓여만 가고 야근은 점점 늘어만 가는 나날이었구나.
회사 기숙사 생활에 회식 날이면 맛난 고기 듬뿍 먹어 기뻤다만 쓰디쓴 맥주, 무슨 맛있지도 모르고 상사가 따라주면 그냥 마셨고, 노래방에 가면 함께 부루스를 췄다. 그렇게 한 달을 꼬박 일하고 받은 돈 60만 원.. 40만 원을 집으로 보내고 내가 갖은 20만 원. 처음으로 만져본 큰돈이었구나.
고맙다 비상구 계단아~
입사동기들과 비상구 계단에 쪼그려 앉아 먹던 눈물 젖은 맥도널드 햄버거, 그래도 어찌나 맛나던지.. 사수에게 호되게 혼이 나면 도망치듯 나와 앉아있던 비상구 계단, 지금도 생각나는구나.
울산 태화강
몇 날 며칠의 힘든 야근, 어린 우리들이 안쓰러웠던지 권 대리님은 우리를 데리고 태화강을 찾았다. 작은 ‘티코’였지만, 그 속엔 없는 게 없었다. 순식간에 돗자리 깔고 불판을 준비해서 먹었던 삼겹살 참 맛있었다.
20살.. 어른으로 살아가기
다툼이 끊이지 않던 부모님... 다급한 엄마의 전화에 회사를 뛰쳐나와 무작정 택시를 잡아타고 시골로 내려가던 택시 안에서 참 많이도 울었지.. 택시비가 없어서 처음으로 받아본 현금서비스. 그 먼 길을 달려가니 택시비만 15만 원이더라.
어찌해야 될지 몰라
막막하고 벗어날 수 없음에 좌절하던 20살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삶도 있다는 것을, 네 탓이 아니란 것을, 그냥 놓아버리고 온전한 나를 즐겨도 된다고. 그분들의 삶에 그리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애달프고 애달파하지 않아도 된다고.
세상이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알아버린 그 시절, 참 불평, 불만이 많았던 아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맙고 감사하다. 그 시기를 잘 견디어 주고 스스로를 잘 지켜줘서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