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무엇인가/셸리 케이건
1월 3주 일요일
3시 20분쯤 산책을 나왔다. 산책코스의 반환점을 돌아 반쯤 왔을 때 조카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냐고 묻는다. 산책 중이라 했더니 지금 집 앞이란다. 잠시 기다리리라 말하고 원래 코스를 가로질러 짧은 거리를 택했다. 10여분 뒤 조카와 만나 근처 마트에 들러 두부랑 레몬을 사 같이 돌아왔다.
'죽음이 무엇인가'를 어렵게 다 읽었다고 말하며 책 이야기를 시작했다. 책에서는 죽음을 인격, 육체, 영혼으로 설명하고 있다며 자신도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부분이 많았다 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파르메니데스의 불변과 헤라클레이의 변화로 이야기가 확장되고 종교에 대한 이야기까지 흘러갔다. 학창 시절 부처, 공자, 노자의 책들을 읽으며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경험이 있는지라 그때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해 주었다.
죽음에 대한 첫 생각은 아마도 국민학교 3학년쯤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죽음에 대한 느낌은 한없이 깜깜한 공간에 홀로 있는 장면이었다. 아무리 둘러보다도 어둠뿐인 그곳에서 혼자 두려움에 울었던 것이 죽음에 대한 첫 기억이다. 지금도 가끔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할 때면 그때 그 기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여전히 무엇을 할지, 이 느낌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이 느낌조차 느끼지 못하게 될지 등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면 그때의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아무런 느낌이 없다는 것은 어떤 걸지, 한 순간 그 느낌조차 없어진다면 그 이후는 무엇이 남을지, 이후는 내가 태어나기 이전과 같을지, 마냥 상상하게 되지만 여전히 그 자리는 두려움이 남는 듯하다. 실제의 죽음에서는 두려움이 아니길 바라본다. 두려움과 후회가 없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가능한 살아 있는 시간에 성실하기를 바랐고 바란다. 후회가 없으면 두려움도 없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